고물가와 투자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재테크형 소비’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은 같은 실물 자산뿐 아니라 한정판 피규어, 레고, 컴퓨터 메모리(RAM)까지 거래 대상이 넓어지면서 중고 플랫폼이 개인 투자 채널의 하나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2026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약 두 달간 플랫폼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물 자산과 희소성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검색량과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데이터를 보면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중고거래 시장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올해 1~2월 기준 중고나라에서 ‘골드바’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고 거래 건수는 222% 늘었다.
은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실버바’의 경우 검색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76% 급증했고 거래 건수 역시 600% 이상 증가했다.
금·은 같은 실물 자산은 가격 변동이 비교적 명확하고 환금성이 높다는 이유로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으로 꼽힌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투자 목적 거래가 늘어나는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취미·수집형 상품 거래도 크게 늘었다. 한정판 피규어, 레고, 굿즈 등 수집품 카테고리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고 거래액은 225% 늘었다. 리셀 가치가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명품 거래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 명품 카테고리의 거래 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70% 이상 늘었다. 경기 상황이 불안정할수록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중고시장에서도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 확산도 중고시장 거래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 AI 서비스 확대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DDR4, DDR5 등 컴퓨터 메모리 가격이 오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여파로 ‘램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RAM을 매입해 가격 상승 시 판매하는 방식의 투자다.
중고나라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올해 1~2월 기준 ‘메모리’, ‘DDR4’, ‘DDR5’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대비 최대 661% 증가했고 거래 건수는 최대 799% 늘었다.
컴퓨터 부품이 단순 소비재를 넘어 투자 대상처럼 거래되는 현상이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중고거래는 그동안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거나 저렴하게 구매하는 소비 방식으로 인식돼 왔다. 최근에는 자산 가치가 유지되거나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사고파는 ‘생활형 투자 채널’ 성격이 일부 시장에서 강화되는 흐름도 나타난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고거래를 통한 투자에는 가격 변동 위험과 거래 안정성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실물 자산이나 수집품의 경우 시장 가격 변동이 크고, 개인 간 거래 특성상 사기나 품질 분쟁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고물가 환경 속에서 중고거래가 소비 절감 수단을 넘어 자산 활용 방식으로도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용자 보호와 안전 거래 환경 조성 역시 중요 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 플랫폼이 개인 투자 채널의 일부 역할까지 수행하는 흐름이 이어질지, 혹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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