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인텔이 이사회 수장을 재무 전문가에서 엔지니어 출신으로 교체하는 동시에, 그동안 내부용으로 제한했던 18A(1.8나노급) 파운드리 공정의 외부 고객사 유치에 나서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 변화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023년부터 이사회를 이끌어온 프랭크 이어리 의장이 오는 5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사임하고 크레이그 배럿 이사를 새 의장으로 선임할 전망이다.
배럿 신임 의장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퀄컴·인텔·구글 등에서 경영진을 지냈다.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뒤 현재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 왔다.
투자은행 출신 금융 전문가인 이어리 의장은 2009년부터 인텔 이사로 재직하며 약 17년 동안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왔다. 지난해 적자를 이어온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 사업 유지를 주장한 립부 탄 CEO와 대립하기도 했다.
이번 이사회 변화는 인텔이 엔지니어링 중심 문화를 되살리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탄 CEO는 배럿 신임 의장에 대해 “반도체 분야에 대한 깊은 전문성과 복잡한 엔지니어링 중심 사업에서 기술·운영 리더십을 발휘한 경력이 있다”며 “제품 리더십과 파운드리 발전에 집중하는 현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인텔은 파운드리 전략에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에만 활용하기로 했던 18A 공정을 외부 고객사에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탄 CEO가 당초 14A 공정에 집중하고 18A는 내부용으로만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최근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외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최근 수년간 파운드리 사업에서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부담이 커졌다. 특히 18A 공정은 낮은 수율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자사 차세대 CPU 생산에만 활용돼 왔다.
그러나 18A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CPU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수율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14A 공정부터 외부 고객사 유치에 집중하려던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 고객 확보에 나설 경우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과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TSMC는 올해 1나노대 공정 양산을 준비 중이며 삼성전자 역시 2나노 공정 양산에 나서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과 미국 정부의 ‘메이드 인 USA’ 정책 기조가 맞물리면서 인텔 파운드리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와 애플이 잠재 고객으로 거론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약 50억 달러 규모로 인텔 지분 약 4%를 확보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했고, 데이터센터 및 PC용 CPU 공동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애플 역시 일부 칩 생산을 인텔에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애플의 저가형 M 시리즈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2027년부터 출하가 시작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애플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인텔에 CPU 생산을 맡겼지만, 2021년부터는 TSMC에 전량 위탁하며 인텔과의 협력 관계를 종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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