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제공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장과 닮은 세포모델을 개발해 신약 부작용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약물 투여 후 나타나는 구토나 설사 등 위장관 독성을 미리 감지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국가아젠다연구소 손미영 박사 연구팀은 사람 장과 유사한 구조와 기능의 세포 모델(hIEC·인간 장 상피세포)을 개발하고 이를 신약 개발 과정서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평가 플랫폼을 구축했다.
신약 개발 과정 중 약물의 효과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에게 투약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구토나 설사, 점막염 등 장 손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위장관 독성은 임상 중 치료 중단이나 용량 감소로 이어져 신약 개발을 어렵게 하거나 실패로까지 이어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에게 투약하기 전 세포 실험을 통해 약물의 부작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IEC(인간 장 상피세포) 모델은 인간 줄기세포서 만들어진 정상 장 세포로, 영양분을 흡수하는 세포와 점액을 분비하는 세포 등 실제 사람 장을 이루는 여러 세포들을 함께 갖추고 있다. 또 장의 보호 기능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경상피 전기저항'(TEER) 값이 실제 사람 장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나 사람 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세포 모델을 통해 실제 약물의 성능을 검증했다. 항암제와 표적치료제, 소염진통제 등 임상에서 사용되는 약물 17종을 적용해 독성 예측 정확도를 평가한 결과 위장관 독성을 94% 정확도로 예측했다. 특이도 100%를 확인하기도 했는데, 이는 안전한 약물이 독성이 있다고 잘못 판정하는 오류 가능성을 정확히 맞춘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 위장관 독성 평가 방식인 대장암 유래 세포(Caco-2)나 세포가 죽은 뒤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에선 확인이 어려운 초기 단계 장벽 손상 민감도도 측정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세포 모델에 파클리탁셀 등 항암제를 적용한 결과 초기 단계 장벽 손상을 92%로 잡아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분자 수준에서 약물이 장벽을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원리도 함께 밝혀냈다. 일부 항암제는 세포 형태를 유지하고 세포 사이를 연결해 주는 세포 골격과 접착 관련 유전자들의 활성을 급격히 낮췄는데, 세포가 죽지 않더라도 이를 지탱하는 뼈대인 세포 골격이 약해지면서 장벽 기능이 붕괴되는 것을 확인했다.
손미영(가운데) 박사 연구팀. /생명연 제공
이러한 연구 성과는 불필요한 임상 실패를 줄이고 신약 개발 비용 절감과 환자 안전성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손미영 생명연 박사는 "실제 인간의 장 기능을 정밀하게 모사한 모델을 통해 약물 유발 장 손상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환자 맞춤형 오가노이드 기반 장 독성 정밀 예측 플랫폼으로의 활용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통해 실증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Copyright ⓒ 중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