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남도 지역의 민요 가운데 '둥당애타령'은 음악적 형식보다 삶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노래는 무대 위에서 만들어진 예술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나고 이어진 생활 문화의 산물이다. 특히 전라남도 서남해안 지역의 여성 공동체 속에서 오랫동안 불리며 지역의 정서와 일상의 기억을 함께 품어 왔다.
'둥당애타령'이 태어난 공간은 화려한 공연장이 아니라 집 안의 작은 방이었다. 여성들이 모여 앉아 바느질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자리에서 노래는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한 사람이 노래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후렴을 이어 부르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노래는 특별한 준비 없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동의 놀이였다.
이러한 방식은 노래를 개인의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위로 만든다. '둥당애타령'은 특정한 가수나 창작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노래가 아니다. 모인 사람들 누구나 차례로 노래를 이어가며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방 안에서 벽을 따라 돌아가며 노래를 이어 부르는 ‘벽돌림’ 또는 ‘윤창’이라는 방식은 공동체 문화의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도 이 노래는 여성들의 생활 세계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전통 사회에서 여성들의 일상은 집안일과 노동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서로의 삶을 나누는 작은 공동체가 존재했다. '둥당애타령'은 바로 그 공간에서 탄생한 노래였다. 노래를 통해 여성들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나누고, 때로는 웃음과 위로를 함께 나눴다.
노래의 가사는 특정한 이야기로 고정되지 않는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기도 한다. 그래서 '둥당애타령'은 한 편의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에 가깝다. 민요가 지닌 집단 창작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둥당애타령'은 방 안의 놀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들판에서 밭을 매거나 길쌈을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불렸다. 반복되는 노동 속에서 노래는 지루함을 덜어 주는 역할을 했고, 동시에 사람들 사이의 호흡을 맞추는 기능을 했다. 공동의 리듬 속에서 노동은 조금 덜 힘든 시간이 되었고, 노래는 그 시간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었다.
일상의 물건이 음악의 도구가 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별한 악기가 없어도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반주를 만들었다. 물이 담긴 함지박에 바가지를 얹어 두드리거나, 박바가지와 활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민중 문화가 지닌 생활 속 창의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생활 도구를 이용한 이러한 연주는 노래가 특정 계층의 문화가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였음을 보여준다. 악기를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냈다. 음악은 특별한 장비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의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둥당애타령'은 전라남도 서남해안 지역에서 특히 널리 불렸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전승되었다. 어떤 곳에서는 강강술래를 할 때 후렴을 바꾸어 부르기도 했고, 또 어떤 지역에서는 남성들의 노동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같은 노래가 지역과 상황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민요 문화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지역 사회에서 '둥당애타령'이 차지하는 위상은 오래된 표현에서도 확인된다. “둥당애도 못하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은 이 노래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공동체 문화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둥당애타령은 누가 냈나?”라는 질문에 “못생긴 큰애기 내가 냈다”라고 답하는 가사는 노래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노래의 창작자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둥당애타령은 특정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모여 만들어진 공동의 문화유산이다.
이처럼 '둥당애타령'은 남도 지역 공동체의 삶을 담은 문화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방 안의 놀이, 들판의 노동, 마을의 축제와 일상의 웃음까지 다양한 삶의 장면이 이 노래 속에 스며 있다.
결국 '둥당애타령'의 가치는 음악적 기교보다 사람들의 삶을 이어온 문화적 힘에 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함께 부르고 이어 온 노래는 세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지역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둥당애타령'은 남도 민요 가운데에서도 공동체의 역사와 정서를 가장 생생하게 전해 주는 노래로 평가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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