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 캐나다 정부가 한국과 독일에 절반씩 나눠 분할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일간지 ‘더 글로브 앤 메일’은 3일(현지시간) 캐나다 당국이 잠수함 12척을 한국과 독일에 각각 6척씩 분할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는 전날 CPSP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다. 캐나다는 이르면 다음 달 초, 늦어도 상반기 내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군 당국은 독일 TKMS가 제안한 잠수함 모델 ‘타입 212CD’ 6척을 도입해 대서양 연안 순찰에 배치하고 한화오션이 제안한 ‘KSS-III 배치-II(장보고-III)’ 잠수함 6척은 태평양 연안 및 인도·태평양 작전용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 중이다.
◆ 연초 완성차 공장 설립 양국에 요구...수용 불발
더 글로브 앤 메일은 "정부 소식통은 국가(캐나다)의 경제·군사적 필요를 기준으로 계약 분할 여부를 평가할 방침이라고 알려 왔다"며 "애초 12척 도입계약을 6척씩 분할할 경우 캐나다는 (한국과 독일) 양국으로부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잠재적 투자를 포함, 산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할 발주 검토의 배경에는 캐나다 정부의 경제적 실리 추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는 CPSP와 연계해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한국과 독일 양국에 자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한화오션과 TKMS 모두 막대한 비용이 드는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에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가 제시한 절충교역안 중 경제적 파급효과 측면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현지 완성차 공장 건설은 한·독 양측이 제출한 최종 제안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완성차 공장 설립 대신 수소 연료 인프라 허브 구축과 잠수함에 탑재될 어뢰의 현지 생산 시설 건설을, TKMS는 캐나다 철강 산업 투자를 제시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 美 관세 영향...유럽·亞 통상 다변화 과정 결과물
분할 발주 검토가 절충교역과 연계된 것이 아닌 캐나다가 처한 통상환경 변화의 결과물이란 시각도 공존한다. 독일, 한국과 동시에 거래하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과 통상 관계를 확대하려는 캐나다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이다.
다만 캐나다 해군이 차세대 잠수함 전력을 제조사가 다른 두 종류로 나눠 운용할 경우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부품 재고 관리의 어려움 등 후속 군수지원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과 정부 일각에서 분할 발주 검토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지난해 9월 단일 잠수함 함대 운용에 따른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며 기종 혼용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역외 지역으로의 무역 시장 다변화와 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캐나다 입장에서는 분할 발주가 국익에 부합하고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5일 일정에 없던 캐나다 출장길에 올랐다. 김 장관은 캐나다 윈저에서 열리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후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장관 등 정부 인사들을 만나 CPSP 수주 지원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 “세계 잠수함 도입史 전대미문...제안서 다시 제출해야”
이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김 장관은 캐나다 측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분할 발주' 와 관련 "당연히 (6척이 아닌) 12척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2척은 우리에게 상징적인 숫자다.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 당시 명량해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고 하셨는데 캐나다에서 이 ‘12척’이란 숫자를 한번 만들어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분할 발주에 따른 산업 협력 규모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12척 수주를 전제로 제안한 협력 규모와 6척일 때의 그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전적으로 캐나다 정부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방산업계에서는 분할 발주가 현실화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사라져 수익성이 감소하고 향후 후속 군수지원 과정에서 독일과의 주도권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캐나다가 검토 중인 분할 발주는 전 세계 잠수함 도입 역사에 전대미문의 상황”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한국과 독일 양국으로부터 제안서를 다시 받아야 공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가 12척, 건조를 포함해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모두 합쳐 최대 60조원 규모 사업비를 전제로 100% 절충교역 등 산업 협력 계획을 요구했는데 6척으로 줄이면 이에 맞춰 제안 내용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제작사가 다른 잠수함을 동시에 도입하면 승조원 교육·훈련 체계와 정비는 물론 군수지원 체계까지 이중으로 구축해야 하고 부품 조달과 정비 인력 이원화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도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 조달 정책과 방식은 캐나다 정부의 판단이자 권한”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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