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10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드디어 WBC가 개막한다. 이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도 비슷한 20여년 전의 영광을 잊고 철저히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 경기는 5일 19시에 열리는 체코전이다. 소형준 투수가 선발로 나오고, 정우주 투수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예고됐는데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1차전은 무난하게 이길 것 같은데 내가 걱정하는 건 중간 계투가 너무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WBC라는 대회 특성상 투구수 65구 제한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특히나 예선에서는 중간 계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근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 보인다. 믿을 만한 마무리감으로 생각했던 오브라이언이 못나오면서 마땅히 확실한 뒷문이 없다. 체코전에서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을 확실히 점검해봐야 한다.
이번 오목렌즈 전화 대담(3월5일 10시)에서는 한국 대표팀과 WBC에 대해 다뤄봤다.
이번 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2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을까? <사진=KBO>
박 센터장은 서두부터 투수 문제를 거론했는데 선발 투수가 무너질 우려감은 별로 없는데 불펜 투수들의 불안정성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지금 고우석 선수를 마무리감으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고우석을 뽑은 것 자체도 조금 불안하다. 사실 마무리를 마땅히 밑고 맡길 투수가 그닥 없다. 김택연도 오브라이언이 빠지면서 늦게 들어왔는데 첫 타자가 예상대로 안되면 매우 불안해진다. 심지어 내가 지금 류지현 감독이라면 차라리 류현진 선수를 아예 그냥 마무리로 맡겨버릴까? 이런 고민이 들 정도다. 선발 요원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투구수 때문에 오래 못던질 거면 류현진 선수는 윽박지르는 선수가 아니니까 마무리로 쓰는 게 어떨까 싶다. 진지한 얘기는 아니고 그만큼 불펜이 믿음직스럽지 않다.
좀 맞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피해가는 투구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박 센터장은 “경험 많은 투수들이 그만큼 중요하다”며 “노경은 투수와 류현진 투수가 그런 의미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리고 선발 투수가 아무리 잘던져도 투구수 제한으로 인해 3~4이닝에서 최대 5이닝까지만 던질 수 있다. 결국 또 다른 선발 투수 1~2명을 ‘롱 릴리프’로 쓰거나, 불펜 투수들을 1이닝씩 맡겨서 ‘벌떼 야구’를 하는 카드 둘 중 하나로 가야 한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야 하는데 박 센터장은 “계속 말하지만 릴리프로 가든 벌떼로 가든 선발이 내려가고 그 다음에 던질 두 번째 투수가 정말 중요한데 계투 투수들이 KBO에서는 다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긴 한데 국제 무대에서는 많이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선발이 최대로 많이 던져봐야 3이닝에서 4이닝이다. 그래서 그 이후에 1이닝을 확실하게 막아줄 투수들이 여럿 필요한데 다들 불안하다. 늘상 나오는 얘기지만 컨트롤이 좋은 선수들이 별로 없다. 정우주나 박영현 정도가 그나마 자신감있게 던지는 것 같은데 믿음직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체코전에서는 소형준이 한 4이닝, 정우주가 한 2이닝에서 3이닝 정도 던져준다면 베스트다. 피해가지 말고 깔끔하게 맞춰 잡는 그런 피칭을 해줬으면 좋겠다.
3년 전 WBC에서 큰 기대를 받았던 한국계 선수 토미 에드먼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3명의 한국계 선수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매우 궁금하다. 평가전에서는 타격감이 아직 살아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래도 마지막 오릭스전에서 셰이 위트컴과 저마이 존스가 각각 홈런과 안타를 쳐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 데인 더닝이 3이닝 무실점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준 만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 센터장은 “사실 그 3명 때문에 안심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환기했다.
에드먼도 잘하는 선수지만 이번에 온 세 선수가 훨씬 더 우리한테 맞는 필요한 선수들이고 잘 합류해줬다.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 투수들의 스타일에 익숙한 두 선수가 한방을 쳐줄 수 있는 파워를 갖고 있다. 한국계 선수들의 합류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수준급 마무리 투수였던 오브라이언이 오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 그 선수가 왔으면 뒷문은 걱정 안해도 되는데...
이번 한국 대표팀의 스쿼드는 사실 100% 전력이 아니다. 오브라이언도 그렇고 김하성·송성문·문동주·원태인·최재훈 선수들이 대회 직전 줄부상을 당해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솔직히 이런 식이면 이번 WBC를 포기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특히 김하성 선수처럼 빙판길에 넘어져서 손가락을 다친 것은 벌금을 냈으면 싶을 만큼 너무 실망스러웠다. 정말 황당한 일이고 프로선수 답지 않게 관리를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상당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자기 몸관리는 스스로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WBC 명단 발표를 갑자기 그렇게 한 번에 선수들을 발표하다 보니까 사전에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 MLB가 주목하는 두 선수가 있다. 바로 김도영 선수와 안현민 선수다. 리그에서 역량을 인정 받은 두 슈퍼스타 선수가 평가전에서도 괴물급 활약을 보여줬다. 박 센터장은 “그 둘은 지금 조금 빠른 감은 있지만 메이저리그 쇼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단 타순을 정말 잘 짰는데 바로 1번 타자 김도영이다. 1번 타자 김도영은 정말 대표팀이니까 쓸 수 있는 카드이긴 한 것 같다. 안현민이나 김도영 모두 수비에서 강점이 있는 건 아니라서 지명타자로도 나설 수 있을텐데 둘 다 이번 WBC에서 일을 낼 것 같다.
두 선수 못지 않게 눈길이 가는 두 베테랑이 있는데 류현진 선수와 노경은 선수다. 노경은 선수는 1984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43세임에도 지난 시즌 홀드왕을 차지할 정도로 폼이 좋다. 류현진 선수는 말할 필요가 없는 불세출의 한국 최고 투수다. 박 센터장은 “지금 두 베테랑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설파했는데 “왜냐하면 젊은 우리 투수진들이 경험도 부족하고 멘탈이 쉽게 무너져서 기복이 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내가 두산팬인데 두산의 에이스 곽빈만 하더라도 현재 국가대표 1선발이 됐지만 사실 국대 1선발을 하기엔 좀 불안하다. 곽빈도 한 번 흔들리면 제구가 오락가락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구위가 잘 안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노경은과 류현진으로부터 조언을 많이 들어야 하고 멘탈 관리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투수들 뿐만이 아니라 타자들도 두 베테랑의 존재가 든든할 것이다.
한국 대표팀의 스케줄이 좀 만만치 않은데 7일 토요일 19시에 일본전을 치르고 바로 다음날 8일 일요일 12시에 대만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야구 전문가들도 현실적으로 일본이 아닌 대만전에 총력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박 센터장은 일본과 대만은커녕 “호주와 체코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한국 대표팀의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호주와 체코도 만만하진 않다. 오히려 대만이 한국이 아닌 호주와 일본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 경계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마저 있다.
투수 운용이 관건인데 투구수에 따라 다음날 경기에 못나올 수도 있고, 투구수가 적더라도 연투를 하면 하루 쉬어야 하는 등 WBC의 복잡한 규정이 있는 만큼 투수 운용 전략이 매우 치밀해야 한다. 이순철 해설위원(SBS)은 절충론을 제시했다.
일본전을 할 때 해보고 이걸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필승 카드를 좀 써보는 거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대만전을 대비를 해야 되는 거지. 그 전략을 잘 짜야 될 것 같다. 처음부터 무조건 일본에다 올인하겠다. 이거는 곤란할 것 같고. 일단 정상적으로 선발이 정해졌다고 한다면 그 선발대로 가보다가 그 다음에 경기가 팽팽하게 하면 그건 놓칠 수는 없는 거니까. 일본은 놓치고 대만만 잡겠다. 그건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를 쭉 풀어가다가 질 되면 필승 카드를 아끼지 않아야 되는 거지. 최소한 해봐야 되는 거지. 설령 그 경기를 내줬다고 해도 대만전에 큰 리스크를 안고 가지 않는 거지. 투수들 상처를 안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어이없게 진다든지. 할 걸 못하고 진다든지. 그러면 팀 전체 분위기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잘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WBC는 최대 7경기를 해야 하는 단기전이다. 단기전은 14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정규 시즌보다도 감독의 판단력에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크다. 박 센터장은 류지현 감독에 대해 “사실 흐름을 좀 타는 감독”이라며 “초반 기세가 좋으면 잘 갈텐데 2차전 일본을 상대로 지더라도 좀 접전의 분위기만 만들어낸다면 성공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포스트 시즌에서 김경문 감독이 한화팬들에게 지탄을 좀 받았는데 너무 믿음 야구로 가도 안될 것 같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 올림필 외에는 매번 준우승만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반대로 우승 DNA를 가진 감독이 있다. 그런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단기전에서 판가름된다. 류지현 감독도 가을야구에서 별로 좋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불안하거나 잘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뺄 수도 있어야 한다. 국제대회라는 게 패넌트 레이스가 아니다 보니 안배를 하거나 구상을 장기적으로 갈 필요가 없으니까 무조건 이겨야 되는 처방을 해야 한다. 이름값이 아니라 현재 컨디션과 폼을 보고 선수를 써야 한다. 작전 야구도 해야 한다. 우리가 그래도 주류 능력으로만 따지면 다른 국가대표 팀들 중에서도 수준급이다. 발 빠른 선수들이 꽤 많기 때문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라인업에 있는 타자들이 오늘 좀 부진한다고 하면 적재적소에 대타를 잘 써야 한다. 대타 자원들이 굉장히 많다. 결국은 단기전 야구는 감독 야구다. 그래서 류지현 감독을 믿어야 되는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준비를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 대표팀은 2라운드로 진출해서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 박 센터장은 “마이애미로 가려면 대만까지 무조건 잡아야 된다”며 “일본은 솔직히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된다. 야구는 투수 놀음인데 투수가 가장 안정된 팀이 일본이다. 그래서 일본전에서 선전을 한다는 전제 하에 대만을 잡아야 하는데 타격을 믿어보고 싶다”고 전제했다.
이번엔 믿고 싶다. 확실히 타격이 괜찮다. 그래서 조 2위로 미국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미국으로 가면 단판 승부라서 4강 이상으로 갈 수도 있는데 미국과 중남미 팀들이 정말 강력하지만 단판 게임이라 모른다. 일단 지금 조별 리그만 통과하면 한국 특유의 단기전 DNA가 없는 팀이 아니니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대만을 잡고 일본에게 크게 패배하지 않아야 2라운드로 갈 수 있다. 2라운드만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박 센터장의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 센터장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어본 이정후 선수와 김혜성 선수를 믿어야 하고 한국계 세 선수도 활약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대회에서는 직전에 월드컵이 먼저 있었다. 월드컵은 16강 진출로 국민들이 기뻐했는데 WBC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이번엔 반대로 WBC가 먼저 열리고 석달 후에 월드컵이 열리는데 야구로 먼저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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