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안 한 옥외집회 일률 처벌 못 해…법원 "범죄 성립 안 돼"
전교조 강원 "상식 확인된 판결…부당한 징계 시도 즉각 중단해야"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강태현 기자 = 강원도교육청의 단체협약 실효 통보에 반발해 교육청 앞에서 사전 신고 없이 집회를 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전교조 강원) 전 간부들이 헌법재판소의 관련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영향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동욱 판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강원 전 지부장 A씨와 전 사무처장 B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024년 10월 28일 강원교육청은 2021년 전교조 강원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실효를 노조에 통보했다.
도 교육청은 전교조 강원과 맺은 협약이 신경호 도 교육감 취임 이후 각종 교육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의 권한을 제한해왔다고 주장하며 이를 무효화 했다.
이에 전교조 강원은 도 교육청 청사 앞에서 해당 협약이 민주적 학교 운영과 교사가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을 이뤄왔다고 성토하며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신 교육감을 규탄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이 같은 행위를 두고 기자회견 형식을 빌린 '옥외 집회'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옥외집회나 시위를 열려면 행사 시작 30일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집시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된 두 사람은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사건을 살핀 박 판사는 "공소제기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적용 법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의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 등 청구인 3명이 자신들에게 적용된 집시법 규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사전에 선고하지 않은 옥외집회를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했다.
재판관들은 위험성이 없는 점이 확인되는 미신고 옥외집회까지 예외 없이 처벌하는 것은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 조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지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2027년 8월 31일까지 기존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 이후 전교조 강원지부는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기자회견과 같은 공적 의사표현이자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 있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 교육청은 약식기소를 근거로 전 지부장단에 대한 징계를 요구해왔지만, 이날 법원의 무죄 판결로 그 근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당한 징계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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