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 2026'이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는 인공지능(AI)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서비스와 수익 모델이 구체화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AI가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네트워크 경쟁이 동시에 부각됐다.
피지컬 AI 확산과 함께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기기 연결을 뒷받침할 6G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네트워크 속도 경쟁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국내 이동통신 3사는 ‘AI 인프라 설계자’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통신사의 역할 재정의에 나서는 모습이다.
◆ SKT, AI 데이터센터 중심 인프라 전략 강화
SKT는 통신망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와 직결하는 구조 개편에 방점을 찍었다. 반도체부터 AI 모델, 플랫폼,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통합하는 ‘풀스택 AI’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통신사의 역할을 글로벌 AI 인프라 설계자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취임 후 처음 MWC에 참석한 정재헌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기간 글로벌 통신사와 AI 인프라 기업 경영진을 만나 AIDC, AI 모델, 차세대 네트워크 등 핵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전략에 집중했다.
SKT 데이터센터 구축 시간을 줄이기 위한 협력도 추진했다. 서버 제조사 슈퍼마이크로, 데이터센터 설비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전력·냉각·IT 인프라를 모듈 단위로 사전 제작하는 ‘프리팹 모듈러’ 방식의 통합 솔루션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국내 기업 파네시아와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공동 개발에도 나섰다.
정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통신사의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가 AI 인프라 구축과 확산의 열쇠”라며 “데이터 전달을 넘어 AI 인프라의 설계자이자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SKT가 SK 그룹 역량을 바탕으로 MWC서 AI 인프라를 수직계열화할 수 있는 구조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KT, 공공·기업 AX 중심 B2B 전략 강조
KT는 공공과 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지원하는 플랫폼과 로봇 서비스 플랫폼 ‘K-RaaS’를 중심으로 기업간거래(B2B) 전략을 강조했다.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역량을 AI와 결합해 기업 고객의 업무 프로세스를 전환하는 ‘AX 가속화’를 핵심 메시지로 제시했다.
전시 공간은 광화문광장을 모티브로 꾸며 한국적 공간과 기술 전시를 결합한 연출을 선보였다. 기업형 AI 운영체제 ‘에이전틱 패브릭(Agentic Fabric)’이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고 KT는 전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구조를 통해 기업 업무 자동화를 구현하는 실행형 AI 플랫폼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KT는 공공과 교육 분야 적용 사례도 공개했다. 대법원과 추진 중인 재판업무 지원 AI 플랫폼을 통해 판례 검색과 쟁점 분석, 문서 작성 지원 등 재판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또 경기도교육청과 운영 중인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을 통해 맞춤형 학습과 데이터 기반 수업 설계를 지원하는 모델도 선보였다.
네트워크 영역에서는 6G 시대 비전과 AI 기반 네트워크 선행기술을 공개하고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지니TV ‘뷰서치’와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AX 서비스도 함께 전시됐다.
KT는 기업·공공 분야 AX 적용 사례와 실행형 AI 플랫폼을 통해 산업 현장 중심의 AI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KT 내부 상황 상 김영섭 대표가 행사 현장을 찾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쟁사 CEO가 기조연설에 나서고 글로벌 기업들과 직접 협력 논의를 이어간 것과 비교해 KT의 경우 AI 인프라 전략을 글로벌 무대에서 강하게 확장하는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비쳐졌다.
◆ LG유플러스, 통신 넘어 AI 소프트웨어 기업 전환 선언
LG유플러스는 통신 중심 사업 구조를 AI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음성을 핵심 인터페이스로 삼아 소비자 서비스와 기업용 인프라를 동시에 확장하는 ‘AI 중심 SW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홍범식 LG유플러스 CEO는 MWC 기조연설에서 “통신과 인공지능 전환 기술의 솔루션화를 주도하는 AI 중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통신 인접 영역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LG그룹 경영진이 MWC 기조연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유플러스의 AI 전략 핵심 축은 소비자 서비스 ‘익시오’와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AI 풀스택’이다.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는 통화 맥락 이해와 보이스피싱 탐지, 실시간 정보 검색 등을 수행하며 스마트 글라스와 차량, 홈 IoT 가전,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디바이스와 연결되는 구조다. 음성 입력을 시작으로 감정과 맥락을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해 행동을 제안하는 실행형 AI로 발전한다.
B2B 분야에서는 인프라와 플랫폼, 서비스를 아우르는 엔터프라이즈 AI 풀스택을 구축한다. 2027년 준공 예정인 파주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강화하고 설계·구축·운영을 일괄 제공하는 DBO 사업을 확대한다. 네트워크 영역에서는 5G 단독모드(SA)와 AI RAN을 고도화해 자율 운영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플랫폼 측면에서는 LG AI연구원과 협력해 개발한 ‘K-엑사원’을 기반으로 통신 특화 AI를 고도화하고 보안 경쟁력을 갖춘 소버린 AI 전략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MWC를 계기로 이동통신사의 경쟁 구도가 네트워크 사업을 넘어 AI 인프라와 플랫폼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을 결합한 ‘AI 인프라 산업’이 새로운 통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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