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배두열 기자] 이달 말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반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현 경영진과 영풍·MBK파트너스 측 간 의결권 위임 활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경쟁이 과열되며 곳곳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 직원으로 오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호 지분을 모으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 의결권 대행사가 지난 3·1절 연휴 기간 주주 위임장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주주 부재 시 향후 통화를 요청하는 안내문에 '고려아연'만을 명시했다는 주장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 의결권 대행사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안내문을 보고 연락한 주주들에게 대행사 관계자가 소속을 모호하게 답하며 고려아연 측 인사인 것처럼 기망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주주의 거듭된 확인 요청이 있고서야 영풍 측 대행업체임을 마지못해 시인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일부 주주는 이러한 사실상의 ‘사칭’에 속아 위임장을 작성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증 사진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넘겨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소액주주는 “현관문 앞에 고려아연 사명만 적힌 쪽지가 붙어 있어 당연히 회사 측 인사인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나서도 소속을 여러 번 물었지만 머뭇거리며 확답을 피하다가, 영풍 소속이냐고 재차 확인한 뒤에야 마지못해 시인했다”며, “위임을 거부하자 본인들이 배당을 더 높게 줄 수 있다며 서명을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영풍은 앞서 지난 2024년과 2025년에도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24년에는 당시 대행사가 주주들을 만나면서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이 함께 표기된 명함을 배포했다. 당시 이 명함에는 고려아연의 사명이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보다 크게 적혀 혼동을 줬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자본시장법위반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법 제154조에 따르면,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 중 의결권 피권유자의 위임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의결권 위임 관련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일부 주주가 상대방을 고려아연이라고 인식하고 위임장 및 신분증을 제공했다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 수집은 수집 목적, 법적 근거 등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의결권 대행사가 주주에게 진정한 용도를 속이고 서명을 받아냈다면 피해자의 서명을 도용해 허위 문서를 작성한 것과 같아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위가 영풍과 MBK가 강조해 온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과 정반대의 모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영풍과 MBK가 내세워 온 가장 큰 명분이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들은 이를 핵심 명분으로 삼아왔다”며, “하지만 사칭을 통한 의결권 위임장 수집 등은 이런 메시지와는 매우 모순되는 행동으로, 자본시장법의 기본을 흔드는 행위로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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