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국내 보험업계의 1분기 실적과 자본 건전성 지표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해상 물류 리스크로 인한 보험손익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투자손익이 줄고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 할 경우 실물경제로 파급효과가 증폭될 것이란 우려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손해보험협회와 국내 보험사의 선박, 화물 계약 현황을 전수 조사 중이다. 해상 물류 리스크로 해상보험 손실 파악에 나선 것으로, 손해보험업계 대형사들은 해상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해상보험은 크게 화물의 해상운송 위험을 보장하는 적하보험, 선박보험, 해양 책임보험, 해양 종합보험 등으로 나뉜다.
현재까지 중동 긴장이 손보사의 올 1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판단이다. 해상보험은 거액이기 때문에 대부분 재보험을 들어놓는 데다, 애초에 전쟁 특약보험료를 높게 받는 구조다. 중동 긴장으로 추가로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험계약 인수 심사(언더라이팅) 단계에서 받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편 여행자보험의 경우 전쟁과 내란 면책 조항이 있기 때문에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중동 상황 관계장관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걸프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정부 차원의 보험을 제공하기로 한 점을 들며, 정책 대안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원유의 70%, 천연가스의 30% 정도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실정이다.
인플레 불안에 채권가격 하락..투자손실 가능성
다만 중동 긴장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과 국채금리 상승이 보험사의 투자 손익과 지급여력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동성이 장기화 할지도 변수다.
국채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미국 국채가격이 상승(국채금리 하락)할 것이란 예상과 반대로 채권금리가 상승했다. 유가가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한미 금리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선임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에 약 0.2%p(포인트) 내외의 상승 압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채권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부각되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4.1%대로 반등하는 등 변동성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보험사의 경우에 채권 투자 비중이 운용자산의 30~40% 수준으로, 보유한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경우 평가손실을 본다. 장기적으로 보면, 새로 투자하는 채권의 금리가 뛰기 때문에 투자이익이 증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보험업 펀더멘털 면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투자손익의 경우 시장금리 상승이 단기적으로 채권 평가익에 부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신규 투자수익률은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했다.
환율 100원 오르면, 킥스비율 0.6~1.7%p 하락
미국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지난 4일 장중 1500원을 돌파하는 등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인 점도 부담이다.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환율 변동성 확대가 주요 금융업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 100원 상승에 따른, 킥스비율 변동을 분석한 결과, 상승하는 회사는 생명보험사 3곳에 불과한 반면, 하락하는 회사는 생명보험사 13개사, 손해보험사 10개사"라고 분석했다.
변동폭은 1%p 안팎으로 제한적이어서, 보험사 자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경우 평균 1.7%p 하락하고, 손해보험사의 경우 평균 0.6%p 내린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회사 11곳의 평균 킥스비율은 210%, 손해보험사 7개사의 평균 킥스비율은 199%로, 권고치 130%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은행, 보험 등의 경우에는 보유 자산 내 주식 운용 비중이 높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자산 측면에서도 외화자산 구성 비중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보험사들의 해외 유가증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한 데다, 파생상품으로 환율 리스크를 헤지했다. 생명보험사의 외화유가증권 운용 규모는 2015년 말 48조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09조원으로, 거의 10년 사이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손해보험사도 같은 기간 17조원에서 36조원으로 늘었다.
나신평은 "보험사들은 대부분의 외화유가증권에 대해 환헤지를 실행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환헤지는 헤지 비용 증가와 함께 롤오버(차환) 리스크를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외화유가증권이 장기물인데 반해, 환헤지 파생상품은 1년 이내 단기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구조적 만기 불일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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