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세 가지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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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세 가지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위키트리 2026-03-05 14:1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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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이란 전쟁을 두고 "4~5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린 그보다 더 오래 (작전을)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한 달이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여겼던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표를 비웃듯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새벽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핵심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도부를 잃은 이란은 붕괴하지 않았다. 혁명수비대(IRGC)는 단일 대오를 유지한 채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세우는 수순을 밟고 있고, 이란 잔존 세력은 계속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됐고 유가는 폭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 그림, 즉 이슬람 신정 체제의 빠른 붕괴와 친서방 정권의 탄생은 아직 실현될 기미가 없다. 이 전쟁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짚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 마러라고에서 이란 관련 작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백악관 홈페이지
'이란 정권 교체' 목표, 실현 가능한가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이란의 다음 지도자가 되든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번 작전의 목표가 사실상 이란 정권의 교체라고 선언했다. 핵·미사일 능력 파괴, 핵무기 획득 저지 등 군사 목표 중 일부는 이미 상당 부분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이 예전 수준의 군사 능력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목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란은 이라크·리비아·아프가니스탄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 동안 뿌리를 내린 신정 체제는 지도부 단일 인물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혁명수비대·성직자 집단·바시즈 민병대가 삼각 축을 이루며 체제를 지탱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해도 이 삼각 구조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의 침공이라는 명분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역설이 생겨날 수 있다.

칼라일그룹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부회장과 제프 커리 최고전략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 이란 정권 교체에 성공할 가능성을 30%로 보는 데 반해 70% 이상의 확률로 사이버 공격과 대리 세력을 동원한 비대칭 장기전이 전개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진단에 가깝단 말이 나온다.

이란 후계 구도... 강경파의 승리인가, 균열의 시작인가

전쟁의 향배를 결정짓는 첫 번째 핵심 변수는 이란 내부의 후계 구도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공식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 이란 헌법에 따라 88명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가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출한다. 전문가회의는 개전 이후 두 차례 화상회의를 열어 후계자 선출을 논의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모즈타바 하메네이(56)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으로 공식 직책 없이 막후 실세로 활동해 온 그는 혁명수비대 및 바시즈 민병대와 긴밀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으며, 혁명수비대가 그의 선출을 강력히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미 모즈타바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존스홉킨스대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 교수는 모즈타바가 후계자가 된다면 이는 이란 내부에서 혁명수비대 중심의 강경 노선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강경파 체제의 공고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 하메네이 X 영상 캡처

모즈타바 외에도 후보군이 존재한다.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뉴욕타임스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유고 시 최우선 적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한 인물이다. 혁명수비대 지휘관 출신으로 12년간 국회의장을 역임하며 러시아·중국·걸프 왕정과의 외교 협상을 주도한 실용주의자다. 다만 성직자가 아닌 탓에 헌법적 제약이 존재하며, 강경 보수 진영의 전폭적 신뢰를 얻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 세예드 하산 호메이니는 개혁파 성향으로 분류되며 조부의 상징적 권위를 등에 업고 있지만, 성직자 집단 내 기반이 모즈타바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다.

어떤 인물이 최고지도자에 오르느냐에 따라 전쟁의 성격이 달라진다. 모즈타바가 선출될 경우 이란의 결사항전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면 라리자니 또는 호메이니 손자 계열의 온건 성향 인물이 부상한다면 협상 가능성의 창이 열릴 수 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모즈타바가 전쟁 지속을 택할 경우 '승계와 보복'으로, 협상을 택할 경우 '후계자와 가족이 내린 결단'으로 각각 포장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 차기 지도부의 성격이 결정될 때까지 전쟁의 방향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결 상태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세 갈래 시나리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이 전쟁의 경로는 크게 세 갈래다. 첫 번째는 이란 체제의 내부 붕괴와 조기 종전이다. 지난해 12월 말 이란에서는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폭발했다. 리알화 가치 붕괴와 살인적 물가, 정권의 유혈 진압에 지친 이란 민심이 외세 공습을 체제 붕괴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공습 직후 이란 여러 도시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축하하는 영상이 유포됐고, 이란 남부에서는 호메이니 기념비가 군중에 의해 전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에게 직접 "정권을 되찾을 최고의 기회"라고 호소했고, 망명 왕세자 리자 팔레비도 시위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이란 야권은 분열돼 있고, 반정부 세력을 통합할 구심점이 없다. 이란 내 반체제 세력은 서부 쿠르드족, 후제스탄 아랍계, 발루치인 등으로 분산돼 있어 단일한 정치 세력으로 결집하기 어렵다. 혁명수비대가 건재한 한, 시민 봉기만으로 47년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라크의 시아파 민족주의처럼, 외세의 침공이 오히려 반미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3명이 주이란대사관과 현지에 급파돼 있던 외교부 신속대응팀(단장 : 임상우 재외국민보호 및 영사 담당 정부대표)의 지원으로 3일 오후 (한국 시간)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 외교부 제공

두 번째는 제한전 고착과 불완전한 종전이다. 미국이 이란의 핵·군사 능력을 상당 부분 파괴하고 이란 잔존 세력이 전면 충돌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의 교전 중단에 합의하는 형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무 완수'를 선언하고 이를 정치적 승리로 포장할 수 있다. 걸프전에서 미국이 바그다드를 함락하지 않고도 제한된 목표를 달성한 뒤 철군한 전례가 이 경로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 경로 또한 깔끔하진 않다. 이란 본토 지휘부가 약화되더라도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헤즈볼라 등 이란의 대리 세력 네트워크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미국이 '종전'을 선언해도 중동 전역에서 산발적 충돌이 수년간 이어지는 저강도 분쟁 지속 상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전후 이란의 권력 공백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친왕정 세력과 개혁파,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 잔존 강경 이슬람주의 세력이 충돌하는 내전 상황이 이란 전후를 덮칠 경우,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복한 '전쟁 후 더 긴 전쟁'이 이란에서 재현된다.

세 번째는 전면전 확대와 지역 전쟁으로의 비화다. 이란 잔존 세력이 소모전으로 미국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거나,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결정하는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에 대해 "필요하면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국토 면적이 이라크의 3.8배에 달하고, 테헤란은 해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내륙 산악 지형에 위치해 지상군 접근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10년에 걸친 이라크전과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전을 합친 것 이상의 인적·물적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면전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역 전쟁으로의 확산이다. 중동 전역에 전개된 미군 병력이 이란 전선에 집중되는 순간, 미국의 대만 방위 역량은 공백 상태에 놓인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침공을 감행할 전략적 유인이 커지고, 미국이 중동과 대만의 두 전선에서 동시에 맞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그린란드 문제로 유럽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과 맞물릴 경우, 미국 주도 국제 질서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맞을 수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카드와 그 파급력

세 시나리오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은 공습 직후 해협 봉쇄에 나섰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 천연가스 교역량의 약 25%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에너지 가격 급등, 물류 충격,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연쇄적으로 현실화한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에서 80달러 수준으로 이미 급등했고,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도는 극단적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미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란은 해·공군의 상당 부분을 잃었음에도 수중 기뢰와 소형 고속정, 해안 미사일 전력을 동원해 해협에 대한 위협을 지속할 수 있다.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이 군사력 열세를 보완하는 가장 강력한 비대칭 카드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미국의 걸프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이탈 압력이 커진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이란이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와 스스로 감당할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고통을 최대한 확산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에즈는 "이란에 있어서는 피로 얻은 승리라 할지라도 생존 자체가 승리"라고 단언했다.

이란전쟁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폭락 마감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698.37p(12.06%) 떨어진 5093.54에 장을 마감했다. / 뉴스1

한국 역시 이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를 넘고 한 해 대중동 교역액이 1200억 달러를 넘는 한국에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 안정 모두를 흔드는 복합 위기다. 실제로 증시와 원달러 환율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안겼다. 나틱시스 CIB 아메리카의 크리스토퍼 호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분쟁이 확산돼 해상 물류와 보험 비용, 원자재 가격이 동반 급등하면 미국의 실업률 상승과 재정적자 확대, 미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왜 이란을 쳤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갈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중재국 오만의 발표가 나온 지 이틀도 안 돼 군사 행동을 승인한 배경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남는다. 지난달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렸고, 국내 여론도 관세·이민 정책 등을 둘러싸고 분열된 상황이었다. '국내 정치 위기 돌파를 위한 외부 전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과의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 위기 돌파를 위한 외부 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백악관 홈페이지

중간선거가 미국 정치의 시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지속 한계를 규정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미군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여론이 급격히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이란 역시 오랜 시간 끌고 싶지 않다. 두바이 등 주변 상업 시설에 대한 공격,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위협 등을 통해 전 세계적 경제 여파를 극대화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딜레마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사실상 내건 '정권 교체' 목표 자체에 있다. 군사적으로 핵 시설과 지도부를 제거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해체하고 친서방 정권을 세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평화를 만드는 대통령'을 자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불완전한 결과물을 도출한다면 만만찮은 정치적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

총성보다 그 이후가 더 길고, 더 복잡하다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제한전 고착 후 불완전한 종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주 시간표 안에 이란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거나 깔끔한 협상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란은 해·공군을 상당 부분 잃었지만 지상 저항 세력과 대리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고, 호르무즈라는 경제적 지렛대를 쥐고 있다. 후계 구도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앞세운 강경파가 권력을 장악한다면 협상보다 장기 소모전이 이란의 선택지가 될 공산이 크다.

이라크에 파병됐던 자이툰 부대원. /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쟁의 결말은 결국 세 가지 물음에 달려 있다. 이란 내부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기우는지, 혁명수비대의 단결이 언제까지 유지되는지, 그리고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결속을 얼마나 흔드는지다. 이 세 변수가 어떻게 수렴하느냐에 따라 이 전쟁은 한 달 만에 끝날 수도, 10년 넘게 이어지는 수렁이 될 수도 있다. 역사는 중동 전쟁이 항상 설계자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귀결됐음을 반복적으로 증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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