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5일(이하 현지시간) 중동 곳곳에서 엿새째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쿠르드족이 이란 지상전에 투입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전쟁 양상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미 백악관은 지상전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과 접촉한 사실은 인정해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강대강 공방을 벌이면서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태 마무리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미·이스라엘, 이란 체제 무너뜨리기 위한 '3단계 작전' 시행중
이란, 이스라엘 공습 이어가며 사드 레이더 타격…"경제 인프라 파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엿새째인 5일에도 양측은 공방을 이어갔다.
미국은 전날 스리랑카 인근 인도양에서 이란 해군 호위함을 미군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시켰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바다로 전쟁 무대가 넓어졌음을 시사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4일(미 동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단호하고 파괴적으로, 그리고 자비 없이 승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과 함께 며칠 내로 이란 영공을 완전히 장악해 B-2, B-52, B-1 폭격기와 드론으로 "하루 종일 하늘에서 죽음과 파괴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신정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한 3단계 작전을 시행 중이다.
1단계 작전으로 테헤란을 공습해 이란 지도부를 제거한 데 이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방공망 파괴에 초점을 맞춘 '100시간'의 2단계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이스라엘군 고위 인사가 FT에 전했다.
이와 함께 3단계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 민병대 등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 양측의 구상이다.
이스라엘군 고위 인사는 FT에 이란 핵시설과 군수 공장, IRGC를 포함해 "정권의 군사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러한 작전 계획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제거에 그치지 않고 이란의 진정한 정권 교체를 달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이란 '이슬람 정권' 전복을 위한 민중 봉기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최근 반정부 시위를 탄압한 이란 내 치안 당국을 주로 공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바시즈 민병대와 정보당국 인사들, IRGC 테헤란 사령부, 경찰 특수부대 사령부 등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도와 자국을 공격 중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투에 지상군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육군은 전날 오후 보병부대와 기갑부대, 공병부대 등 3개 사단이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키암의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서 이스라엘군 탱크로 보이는 차량 2대가 목격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는 사흘간 최소 72명이 사망하고 437명이 부상했으며, 8만3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레바논 당국은 밝혔다. 이날도 공항 고속도로에서 이스라엘의 두 차례 공습으로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뿐만 아니라 쿠르드족 병력 수천 명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진입해 지상 공격작전을 개시했다는 미 폭스뉴스 보도가 나왔으나, 이란과 이라크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국 관련 시설을 겨냥한 공습으로 반격을 이어갔다.
IRGC는 3개국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 3대를 미사일로 타격해 파괴했다고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텔아비브 교외에 있는 벤구리온 국제공항과 국방부 청사 등을 극초음속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이란 측이 밝혔다.
아울러 이란은 역내 모든 경제 인프라를 무차별 타격하겠다며 미국 등을 위협하고 나섰다.
IRGC는 전날 국영TV에 발표한 성명에서 "역내(중동) 군사·경제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할 준비가 됐다"며 "역내에서 계속되는 미국의 장난질과 속임수와 협잡의 대가는 모든 군사·경제 인프라의 완전한 파괴"라고 말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센터를 파손한 이란은 이날도 바레인에 있는 중동 내 최대 아마존 데이터센터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 "쿠르드족, 이란서 지상작전"
이런 가운데 중동에 국가 없이 산재한 쿠르드족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이란을 겨냥한 지상 공격작전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는 쿠르드족 전투원 수천 명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건너가 지상 공격작전을 개시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투원 중 많은 수는 이라크에 여러 해 동안 거주해온 이란 쿠르드족이며, 이번 공격작전의 일환으로 이란 북서부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이란계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민병대로서 이란 현 정권에 맞서는 대규모 봉기를 일으키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도 이란 신정체제의 붕괴를 촉진할 반란을 촉발할 목적으로 쿠르드족과 손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는 "우리(이스라엘)는 서부 이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민병대가 이란 내 일부 지역을 장악해 정권에 도전하도록 해 더 광범위한 봉기를 유도하는 것이 지원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국 CNN 방송은 CIA가 이란 내 봉기 유도를 위해 쿠르드족 민병대를 무장시키는 작업을 추진키로 하고 이란의 반정부 집단들과 이라크 내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적극적 대화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계 쿠르드 무장단체들은 이라크-이란 국경 지대, 그 중에서도 주로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 지역에서 수천 명의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
파편화돼 있어 단결이 잘되지 않는 이란의 반정부 그룹들 중 쿠르드족 단체들은 가장 잘 조직돼 있을 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무장 병력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란과 이라크의 쿠르드족 집단들이 이란 전쟁에 가담한다면 본격적 지상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백악관 "트럼프, 쿠르드족과 통화…대북 입장 변화 없다"
미 백악관도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이란 공습 이후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는 이라크 북부에 있는 우리의 기지와 관련해 쿠르드 지도자들과 실제로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접촉이 이란의 체제 전복을 위해 미국이 쿠르드족 무장세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대통령이 그런 계획에 동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레빗 대변인은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시점에서 이 작전 계획의 일부는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군사적) 선택지들을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전쟁 상황에 대해 "미군은 2천개가 넘는 목표물을 타격했으며, 수백개의 탄도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드론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이란 영공에 대해 절대적이고 완전한 지배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레빗 대변인은 핵무기 추구를 이유로 이란을 공격한 것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변화를 주느냐는 질문에는 "북한과 관련해 어떤 입장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이란 정보당국, 제3국 통해 美 CIA에 물밑 협상 요청
한편, 미국과 이란이 분쟁 종식을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 익명의 중동 및 서방 관료들을 인용해 이란 정보당국이 제3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에 물밑 접촉을 해오면서 분쟁 종식 조건을 논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은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제기되는 미국과의 물밑 협상설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직후 군사·안보 총괄권을 가진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오만의 중재를 통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WSJ 보도를 부인하며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썼다.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모하마드 모흐베르도 4일 이란 국영방송에 나와 "이란은 미국과 어떤 형태의 접촉도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미국 정부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같은 날 엑스에 "복잡한 핵 협상이 부동산 거래처럼 취급되고 큰 거짓말이 진실을 덮을 때 비현실적 기대는 충족되지 않는다. 그 결과는? 앙심을 품고 협상장을 폭격한 것이었다. 트럼프 씨는 외교와 그를 뽑은 미국인을 배신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과의 협상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들의 방공망과 공군, 해군, 리더십 모두 사라졌다. 그들은 대화를 원한다. 나는 '너무 늦었다'라고 말했다"라고 썼다.
NYT는 "공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내 리더십 혼란과 이란의 물밑 접촉 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란 정부를 만들어 나갈지 혹은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할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그가 직면한 핵심 과제를 부각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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