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국내 주요 대학과 손잡고 국방반도체 설계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은 단순한 산학협력을 넘어 방위산업 핵심 기술의 '자립 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방반도체 분야에서 설계 역량을 국내에 내재화해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화시스템은 서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와 각각 공동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국방·우주 반도체 설계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공동연구센터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와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정보통신대학에 설치된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공동 연구를 넘어 국방 반도체 핵심 설계 기술을 국내에서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기술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방반도체는 미사일, 레이다, 군 통신, 위성 등 첨단 무기체계의 핵심 부품이지만 국내 기술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방산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 기술의 자립 여부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통제 강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군사용 반도체 기술 확보는 방산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와의 협력은 군 통신용 고주파 반도체 설계 기술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측은 2031년까지 통신위성, 이동형 단말기, 무인기 등에 적용 가능한 반도체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해당 기술은 육·해·공뿐 아니라 우주 영역까지 연결하는 차세대 군 통신 체계 구축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각국이 저궤도 위성 기반 군 통신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저궤도 통신위성용 트랜시버 우주반도체' 개발 과제를 수주한 점 역시 같은 전략적 방향성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트랜시버 반도체는 위성과 지상 간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핵심 장치로,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성균관대와 진행하는 공동 연구는 레이다용 반도체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출력·고효율·광대역 특성을 갖는 해당 반도체는 지대공 유도무기, 전투기, 관측위성 등에 사용되는 레이다의 핵심 부품이다.
특히 전투기용 AESA 레이다나 미사일 방어체계의 다기능레이다(MFR) 등 최신 무기체계에서는 반도체 성능이 탐지 거리와 정밀도, 작전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천궁-II나 L-SAM 등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에서도 이러한 레이다 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산학 협력은 군 통신과 레이다라는 두 축의 핵심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방위산업에서 통신과 감시·정찰 능력은 전장의 정보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내 국방반도체 생태계 형성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연구센터를 통해 선행 연구, 기술 확보, 부품 제품화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산학 인력 교류와 전문 인력 확보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방 반도체 분야 인력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입장에서는 방산 전자·센서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반도체 설계 역량과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회사는 레이다, 위성통신, 전자전 등 다양한 방산 전자 시스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핵심 부품 기술을 직접 확보할 경우 체계 경쟁력 역시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산학 협력은 국방 반도체 기술 자립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방산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두 목표가 맞물린 전략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국방 반도체 핵심 기술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을 통해 방위산업 핵심 기술의 자립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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