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보도…기율위 조사 결과 양회 보고, 대책 논의될 예정
학계 연구비 부정부패 척결·공산당 통제력 강화 동시 겨냥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당국이 대학과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행정 권력의 부패와 남용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SCMP는 최근 중국 내 명문대 총장·부총장급 인사와 학계 실력자들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았으며, 관련 내용이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보고돼 건전한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 런위중 부총장이 작년 7월부터 사정 당국의 조사를 거쳐 부패 혐의를 지칭하는 중대한 기율 및 법률 위반으로 같은 해 12월 공직과 공산당 당적을 동시에 잃는 솽카이(雙開·쌍개) 처분을 받았다.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는 런위중이 직위를 남용해 사익을 챙겼는가 하면 권력과 금전 거래를 일삼았으며, 직원 채용 등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올해 45세인 런위중은 가오카오(高考·중국의 수능)에서 쓰촨성 문과 1등 성적으로 베이징대에 입학해 2024년 베이징대의 첫 바링허우(80後, 1980년대생) 출신 최연소 부총장으로 임명됐던 인물이다.
그에 앞서 후난성 창사에 있는 중남임업과학기술대학교의 당 서기인 왕한칭 교수와 궈세이 교수 역시 거액의 연구비 횡령과 수뢰 등의 혐의로 수개월간의 기율위 조사를 거쳐 작년 8월 솽카이 처분됐다.
작년 11월에는 허위 학력과 경력의 장쑤성 과학기술대 교수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다.
1994년 중국 가오카오에서 산시성 수석을 차지했고 시안교통대학교 재료과학과와 호주 울런공대를 거쳐 일본 규슈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했다는 허위 서류를 바탕으로 2023년 해당 대학의 수석과학자와 교수로 임용됐다가 사기 행각이 확인돼 고용 계약 해지와 함께 당국의 수사로 이어졌다.
SCMP는 2007년 중국 공정원 회원으로 선출됐던 컴퓨터 과학자 겸 네트워크 기술의 선구자 장야오쉐가 현재 중대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다.
장야오쉐는 중국 자연과학 분야 최고상인 국가자연과학기금 1등 상을 받았으나 그와 관련해 표절 의혹도 제기돼 논란을 부른 바 있다면서, 그가 은퇴한 지 8년 만인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사정당국의 이번 조사가 주목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학계의 부당한 행정 권력이 연구 성과는 물론 연구비 배분 등을 왜곡한다는 내용의 연구가 지난 1월 말 '경제 행동 및 조직 저널'에 실려 주목됐다고 SCMP는 소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명문대 학장에 오른 인물들의 약력과 성과 지표로 활용된 특허 출원 건수가 승진 후 재임 기간에 이전보다 15.2% 증가한 반면 학장 퇴임 이후 급감했다. 이는 학장들이 행정 권력과 연구비 배분 권한을 이용해 특허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이른바 '학장 효과'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승진한 학장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자들의 중국 국가자연과학기금(NSFC) 확보 확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며, 이 또한 학장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내 과학 부정행위 감시 비영리단체인 5GH 재단의 설립자 겸 이사장인 우광헝은 "행정 권력과 학문 권력이 융합하면서 학계의 군벌이 생겨났다"며 "이에 따라 소수에게 자금과 영향력이 집중돼 중국 연구 시스템 전반에 터무니없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고 짚었다.
류다오위 전 우한대 총장은 "이미 2017년부터 중국 내 대학들에서 불거진 학문적 부패행위가 이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명문대에서 부패의 행태가 다양하고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SCMP는 중앙기율위의 왕청원 교육 부문 담당관이 지난해 7월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에 학계의 권력 남용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부정행위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국가 전략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부패 학자들의 학연·지연을 통한 연구비 독식과 비효율적인 연구를 차단하고 학계에 대한 공산당 통제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학계 반부패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부정부패 척결을 넘어 과학기술 강국이라는 국가 목표와 함께 공산당 중심의 체제 안정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것이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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