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인프라·불법 주정차 '몸살'…인천항 중고차 수출 점유율 5년새 18.4%p↓
중고차업체 이탈 조짐도…'첨단 중고차단지 사업' 공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지난 3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의 중고차 수출단지.
도로변 이정표를 따라 들어서자 수출단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무질서한 풍경이 펼쳐졌다.
비포장된 50만㎡ 규모 부지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선적을 기다리는 중고차 행렬로 거대한 야적장을 방불케 했다.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에서는 676개 업체(연수구 추정치)가 가설 건축물인 낡은 컨테이너를 사무실 삼아 운영 중이다. 이곳에 적치된 중고차만 2만대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거대한 단지는 2010년대 민간 업체들이 모여들며 만들어졌다.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로 조성되다 보니 전기는커녕 포장도로나 배수 시설 등 기본 인프라도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중고차 시장 활성화로 단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인근 옥련·동춘동 일대는 먼지와 소음,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수출 대기 차량을 도로변이나 무료 주차장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연수구가 2024년부터 지난달까지 2년여간 단속한 중고차 수출단지 일대 주정차 위반 단속 건수만 총 1만9천727대에 달한다.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 기지라는 인천항의 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프라 부족은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문제로 꼽힌다.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항을 통한 차량 수출은 88만3천대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특히 중고차 수출은 2022년 30만4천대에서 지난해 62만8천대로 상승하며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인천항이 전국 중고차 수출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차량 대수 기준)은 2020년 89.5%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71.1%로 떨어졌다.
반면 경쟁자들은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다. 2위인 부산항은 2020년 6.6%에서 지난해 20.9%를 기록하며 3배 수준으로 몸집을 불렸다. 이어 평택항은 2.5%에서 2.6%로, 동해항은 0.2%에서 1.53%로 소폭이지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중고차 수출 인프라 부재, 임대료 상승, 사업 온라인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렸다는 반응이다.
산업연구원은 2024년 '중고차 수출 시장 주요 이슈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고차 수출이 가장 많은 인천항이 열악한 임시 하치장만 쓰고 있다며 원스톱 행정·정비·물류 서비스가 가능한 전문 단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영화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장은 "과거엔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해외 바이어가 가까운 인천에서 차를 보고 샀지만, 최근엔 온라인으로 거래 방식이 많이 바뀌어 굳이 업체들이 인천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달 옥련동 단지 임대료가 평당 2만원에서 2만5천원으로 오를 예정인데 평택이나 당진은 임대료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당진에 2029년 준공 목표인 22만평 규모의 중고차 수출단지까지 들어서면 업체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결책으로 거론되던 '인천항 첨단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사업'(스마트 오토밸리)은 수년째 표류 중이다.
IPA와 인천시는 인천남항 일대 부지 39만8천㎡에 3천516억원을 들여 문화·관광 콘텐츠를 결합한 단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지난해 시행자 자금난으로 인해 사업 계약이 해지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인천시가 발표한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종합계획이 또 다른 난관이 되고 있다.
시는 이 계획을 통해 방치된 송도유원지 일대 2.6㎢를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따라 조만간 옥련동 중고차 단지가 포함된 송도유원지 부지는 개발 절차에 들어가야 하지만, 대체 단지 조성이 계속 지연되면서 기존 단지 이전도 요원한 상황이다.
IPA는 이달 중 1억5천만원을 들여 '중고차 수출 활성화 방안' 용역을 발주하고 사업 청사진을 다시 그리기로 했다.
기존처럼 한곳에 대규모 단지를 만드는 대신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용역 기간만 6개월이 걸리는 데다, 이후 새 사업자를 찾아 착공하기까지는 장기간이 필요해 당분간 사업 공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연구원에 관련 연구과제를 의뢰해 다음 달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IPA, 인천해양수산청과 매달 TF 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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