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 변호사 "촉법소년 나이는 두뇌 발달 등 과학적 근거로 마련된 것"
연령 낮추기 보다 재범 방지와 피해자 회복에 초점 맞춰야
[※ 편집자 주 = 최근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인순 변호사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기 보다는 재범 방지와 피해자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연합뉴스에 보내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촉법소년이 처벌을 비웃는 상황을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형사책임 연령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언급하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성평등가족부 주관 숙의 토론과 과학적 논쟁을 통해 두 달 내 결론을 내리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와 같이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촉법소년들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청소년들의 괴물화, 흉포화라며 촉법소년 연령하향을 주장했다. 가해자는 가해사실이 발각된 후 반성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반성은커녕 법을 악용하여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으니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를 들을 때면 아동, 청소년이 피해자가 되어 자신의 피해를 말할 때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그 말의 신빙성을 잘 인정하지 않는 현실과 매우 대비되어 위화감을 느끼곤 한다. 피해자인 아동, 청소년이 가정폭력, 아동학대로부터 탈출하고자 사력을 다해서 도움을 요청할 때 경찰 등은 부모의 말만 믿고 아동을 위험한 집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아동의 말을 부모의 말보다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촉법소년의 발언은 그토록 신빙하는 것인가?" 촉법소년에 대해서 취재를 하는 기자조차도, 경우에 따라서는 법률전문가조차도 촉법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꽤 많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생각 없고 어리석은 발언에 왜 우리는 큰 의미를 두는가?
◇ 형사정책은 여론이 아닌 과학으로… 12~13세 전두엽 발달의 한계
우리 형법 제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14세 이상의 자만이 형사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우리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촉법소년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이라고 규정한다. 촉법소년 연령하향은 형법 제9조를 13세 또는 12세가 되지 아니한 자로,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를 10세 이상 13세 또는 12세 미만인 소년으로 개정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초등학교 6학년의 대부분이 12세이고 중학교 1학년의 대부분이 13세라는 이유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기준으로 촉법연령을 정하자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학령 편제를 기준으로 촉법연령을 정하자는 대통령의 견해는 일견 단순하고 명확해 보이고 여론 또한 이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현행 촉법연령, 즉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아무런 근거 없이 정해진 것이 아니며, 엄밀한 과학적 논의와 근거를 토대로 마련된 것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UN 아동권리협약 일반논평 24호(2019) 제22조는 "아동 발달 및 신경과학 분야의 증거 자료에 의하면 12~13세의 아동은 전두엽 피질이 아직 발달 중이라는 사실로 볼 때 성숙과 추상적 추론 능력이 여전히 발달 과정에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나 사법절차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청소년기 진입에 따른 영향을 받기도 한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청소년기 아동의 권리 이행에 관한 일반논평 20호(2016)에서 '청소년기는 급속한 두뇌 발달을 특징으로 하는 독특하고 결정적인 인간 발달 단계이며, 이는 위험 관리, 특정 종류의 의사 결정, 충동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적시하면서, 최근의 과학 연구 결과에 따라 촉법연령을 14세 이상으로 높일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현행 촉법연령에 관한 조항은 아동 발달과 신경과학 분야의 증거문헌을 토대로 한 것으로 12세에서 13세 아동은 전두피질이 발달 중으로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나 형사소송절차를 이해할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특정 종류의 의사결정을 하거나 충동조절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가진다. 즉 12세, 13세 아동·청소년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등에 대해서 배우고 있어 어떠한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위라는 것은 알 수 있으나 자신의 행위를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매우 부족할 수 있어 형사미성년자로 정하되 자신의 위법한 행동이 미치는 영향 등을 가르치기 위해서 소년법상 촉법소년으로서 보호,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형법과 소년법에 의하면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경찰에서 조사 후 바로 관할 소년부로 사건을 송치된다. 관할 소년부는 촉법소년의 사건을 살펴본 후 심리 전에 교육, 상담 등을 진행하기도 하고 사안이 매우 경미한 경우에는 심리불개시결정을 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심리를 열어 처분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촉법소년 수가 증가했다는 통계만으로는 촉법소년의 범죄가 흉포화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심리불개시결정 및 불처분결정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4세 이상의 범죄소년은 경찰에서 선도심사위원회의 결정으로 훈방 등으로 사건 종결을 하고 있으나 촉법소년은 반드시 관할 소년부로 송치해야 한다. 따라서 촉법소년의 수가 증가한 이유는 범죄의 중대성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는 아동·청소년의 절도 등 경미한 범죄를 신고하지 않고 용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현재는 이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사회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 진정한 피해자 보호, '엄벌' 아닌 '교육과 회복'에 있다
현재의 소년법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절실히 느끼게 하는 법으로 많은 소년들이 무력감과 억울함을 느끼고 있다. 소년들이 자신이 잘못한 것을 스스로 인식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경찰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주어서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교육하는 것이 급선무가 돼야 한다. 이러한 제도가 마련돼야 비로소 가해자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도 촉법연령하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나 어린 소년을 처벌하기보다 교육하고 보호하여 재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소년사건 피해당사자의 경우 국가가 그들의 피해를 인정하고 실질적인 회복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피해자 보호의 핵심은 엄벌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범 방지와 피해회복을 함께 도모하는 제도적 대응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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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숙 법률사무소 청년 변호사
사법연수원 45기.전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위원. 현 서울시교육청 학교밖청소년 지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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