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한옥마을이 전통시장과 어우러진 새로운 관광 명소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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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옥 감성 골목’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종로 익선동이다. 좁은 골목 사이로 이어진 한옥 카페와 식당, 저녁이면 줄을 서는 디저트 가게까지 골목 전체가 하나의 관광 코스처럼 움직인다.
전통 한옥에 현대적인 감성을 더한 이 공간은 젊은 층 데이트 장소이자 외국인 관광객이 꼭 들르는 서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도 전통시장과 맞닿은 한옥마을이 ‘제2의 익선동’ 같은 감성 핫플로 새롭게 조성된다.
서울시는 동대문구 제기동 988번지 일대(5만2576㎡) ‘제기동 한옥마을’을 건축자산 진흥구역으로 지정하고 지난 2월 12일 관리계획을 결정·고시했다고 5일 밝혔다.
제기동 한옥마을은 약 165동의 한옥이 모여 있는 국내 유일의 ‘기성 시가지형 전통시장 한옥마을’이다. 2023년 서울시 한옥마을 조성 공모에서 선정된 5곳 가운데서도 신규 택지 개발이 아닌 기존 도심 안에 형성된 한옥마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 지정으로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재정비와 활성화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한옥 카페로 유명한 익선동 한옥마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 일대를 전통시장 활력과 한옥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경동한옥마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북촌한옥마을과 은평한옥마을, 도심 속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익선동 한옥마을에 이어 또 하나의 서울 대표 한옥 관광지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근 경동시장과 서울약령시를 찾는 방문객을 자연스럽게 한옥마을로 유도해 체류형 관광 코스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통시장과 한옥을 연결하는 공공사업 ‘한옥감성스팟 10+’를 추진한다. 한옥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카페와 푸드 플레이스를 운영하고 한옥 팝업스토어와 한옥스테이 같은 체험형 시설도 마련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한옥마당과 한옥화장실도 설치해 방문객 편의를 높인다. 또 한옥 골목길을 정비하고 경동시장 아케이드 주변 보행 환경을 개선해 시장과 한옥마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들 계획이다.
사업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서울시가 먼저 공공 투자를 통해 핵심 거점을 조성하고 이후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낡거나 변형된 한옥은 시가 매입해 문화 공간과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제기동 일대 건축자산 진흥구역 위치도 / 서울시 제공
민간의 한옥 신축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기준도 도입된다. ‘제기동 한옥’ 기준을 마련해 한식형 기와지붕과 한식 목조구법 그리고 마당 등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한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통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마당 위를 투명 구조물로 덮는 ‘아뜨리움’ 설치도 허용한다. 이 공간은 카페와 전시장 그리고 팝업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면 다양한 건축 특례도 적용된다. 건폐율은 최대 90%까지 완화된다. 부설 주차장 설치 의무는 면제된다. 일조권 확보를 위한 높이 제한은 기존 1.5m에서 0.5m로 낮아진다. 건축선 후퇴 의무가 완화되고 생태면적률 적용도 제외된다. 한옥을 새로 짓거나 수선하는 경우 서울시 조례에 따라 보조금과 융자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2008년 ‘서울 한옥 선언’을 통해 한옥 보전 정책을 시작했다. 이후 은평한옥마을 조성과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23년에는 ‘서울 한옥 4.0 재창조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완화하고 현대 생활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한옥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한옥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한옥 20여 곳에는 지난해 약 54만 명이 방문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한옥형 장기임대주택 ‘미리내집’은 최고 9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경동한옥마을 조성을 통해 제기동 일대의 낙후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청년 창업과 관광이 결합된 새로운 도시 한옥 거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제기동은 전통시장의 역동성과 한옥의 서정성이 공존하는 보석 같은 곳”이라며 “경동한옥마을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공공 투자를 통해 K건축과 K컬처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서울 대표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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