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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공기열을 끌어와 난방·온수로 활용하는 히트펌프(Heat pump) 보급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탄소 배출이 없고 난방 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환경에 적합한지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며 자칫 중국 기업만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김성환 장관은 이날 서울 FKI타워에서 LG전자(066570)·삼성전자(005930) 등 히트펌프 업계와 만나 보급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2035년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다. 기후부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35 NDC)’를 통해 2035년 건물 부문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56.32% 줄이기로 계획하고 히트펌프를 핵심 수단으로 꼽았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나 물의 열을 끌어와 압축한 후 난방·온수로 활용하기 때문에 가스보일러와 달리 직접적인 탄소 배출이 없다. 에어컨과 사실상 같은 원리인 만큼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지만,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효과적으로 연계된다면 난방 요금을 줄이면서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히트펌프 보급을 위해 지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대당 약 1000만~1400만원에 이르는 설치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올해 총 144억 5000만원의 국비를 들여 태양광이 설치된 단독주택에 설치비의 70%(국비 40%·지방비 30%)를 지원키로 했다. 히트펌프 설치 가정의 ‘전기료 폭탄’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전용 요금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선 공기열도 지열·수열처럼 재생에너지에 포함하는 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신축 아파트가 히트펌프를 채택할 경우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현재 30만~40만대로 추산되는 히트펌프 보급대수를 단시간 내 10배 늘린다는 공격적 계획에 업계 우려도 크다.
가스보일러 업계에선 국내 히트펌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부 대기업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60만명에 이르는 보일러 제조·설치·정비부터 배관 등 연관산업 종사자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재생에너지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을 받기 위해 태양광이나 지열·수열 대신 상대적으로 간편한 히트펌프를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환경에서 히트펌프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히트펌프가 대중화한 유럽과 달리 아파트 중심의 우리 거주 형태와 온돌식 난방문화 환경에서 히트펌프가 정착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무엇보다 태양광처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에 국내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의 히트펌프 업체는 70여곳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이미 유럽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히트펌프 지원이 중국 업체에 집중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LG·삼성전자도 중국에 밀려 유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이 열리면 태양광처럼 중국산에 점령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순 보급 확대를 넘어선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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