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선제적 AI(인공지능) 투자가 수십배의 성과로 돌아왔다. 지분 동맹을 맺었던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챗GPT의 오픈AI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자사 AI 모델 ‘클로드’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미국 국방부(전쟁부)의 요청을 거부했다가 정부 기관에서 퇴출당한 것이 오히려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계기가 됐다.
이례적으로 경쟁사까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오픈AI와 구글 직원 900여 명은 온라인 공개서한에 서명하면서 앞으로도 국방부의 대규모 감시와 자율 살상 무기에 대한 AI 사용을 거부할 것으로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악시오스 등 현지 매체는 미국이 최근 이란 공습 작전에 클로드를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도 클로드가 투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술 사용 중단 지시에도 여전히 클로드가 군사 작전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이용자들이 챗GPT에서 클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클로드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1위를 달리고 있다.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처음으로 20만명을 넘어섰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의 올해 2월 통계에서 전월 대비 약 70% 오른 26만8727명을 나타냈다. 지난 3일에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일시적인 접속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국방부와 계약을 맺으며 앤트로픽의 빈자리를 꿰찬 오픈AI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는 “계약 소식이 발표되고 하루 만에 챗GPT 앱 삭제율이 295% 늘었다”고 전했다.
클로드는 정교한 코딩 능력과 방대한 기억량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유용하고 무해한 ‘헌법적 AI’를 지향하는 회사의 핵심 철학이 공감을 얻고 있다.
앤트로픽의 전화위복에 활짝 웃는 국내 기업이 있다. 지난 2023년 미래 가능성을 알아보고 앤트로픽에 1억 달러(당시 약 1300억원)를 투자한 SK텔레콤의 선구안이 눈길을 끈다. 당시 2% 수준이었던 지분율은 글로벌 빅테크의 후속 투자로 1% 미만으로 희석됐지만, 지분 가치가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이 나온다. 이는 SK텔레콤 시가총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과 LLM(거대언어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AI 플랫폼 구축 등에 협력하기 위해 단순 지분 확보를 넘어 비즈니스 시너지를 노리는 전략적 투자 방식을 택했다. 양사는 통신 특화 LLM ‘텔클로드’ 등 다양한 시도를 해오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이제 SK텔레콤은 AI 모델을 넘어 AI 인프라로 영역을 확장해 AI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재헌 SK텔레콤 CEO(최고경영자)는 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6’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AI 역량에 국내외 파트너와의 협업을 더해 대한민국의 고객과 기업의 진정한 AI 네이티브(AI 내재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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