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제조업이 ‘제조 2.0’ 전환의 분기점에 서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에서 촉발된 인공지능(AI) 경쟁은 산업 현장을 무대로 한 ‘피지컬 AI’로 중심축을 옮겼다. 한국은 제조 데이터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설계 역량을 강점으로 보유한 나라다. 로봇 역량을 내세운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피지컬 AI 경쟁력을 키우며 우위를 노리고 있다. 공장 데이터의 축적·표준화·재학습 구조가 국가 제조 경쟁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편집자주] |
|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공장 설비와 물류 로봇, 자율주행차 등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이 산업 현장에 확산되면서 통제와 책임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AI 정보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인 할루시네이션으로 인해 오작동을 발생시킬 경우 피해가 산업재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매년 3명, 산업용 로봇으로 사망
현재 산업용 로봇으로 숨지는 사람은 매년 평균 3명에 달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24년 2월 공개한 '중대사고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산업용 로봇에 의한 사고 사망자는 총 10명으로 연평균 2.7명이다.
10건 모두 끼임 사고로 로봇이 사물과 인간을 헷결려 감지한 경우가 많았다. 집계 기간 이후인 2023년 11월에는 한 파프리카 선별장에서 농산물 박스를 옮기는 로봇의 센서 작동 여부를 확인하던 직원이 로봇 집계에 압착돼 숨지는 사고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피지컬 AI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제조 현장은 협동 로봇을 넘어 휴머노이드 도입까지 거론되지만 기술의 발전속도와는 별개로 이에 대한 안전 가이드라인과 제도적 장치는 선형적으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작업자가 로봇에 의한 사고나 사망시 법적 책임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은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사고 원인을 판단하고 재해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
한국은 제조 현장에서 로봇 밀도가 전세계 중 가장 높은 나라지만 로봇사고에 대한 산업용 보험처리 제도는 기계 설비에 의한 재해로 취급돼 협동로봇에 대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로봇에 AI가 탑재되면 사고 발생시 로봇 제조사, AI 개발사, 사용자, 운영업체, 재해자의 과실 전부를 따져야 하는데 AI의 오작동일 경우 제조물책임법이고 업무상 재해면 중대재해처벌법에 속해 판단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AI 로봇의 사용 후에 그 문제점을 추적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감독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아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피지컬 AI가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의 다수는 협동로봇 수준이며 휴머노이드가 단기간 내 대규모로 투입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술에 대한 기대와 환상만 앞세워 도입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안전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협동로봇 관련 제도 역시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뒤처진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산업 현장 내 로봇 고도화를 감안해 법·제도를 이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정부, 산재 근절 정책...피지컬AI 안전 기대로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국정 과제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향후 제조 현장에 도입될 피지컬AI의 안전 관리 체계 역시 한층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미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수억 건의 가상 사고를 시뮬레이션하고 제약 기반 프로그래밍으로 AI의 행동 반경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로봇 도입 자체가 산업재해를 줄이는 효과도 확인된다. 루카 스텔라 베를린 자유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자 존 F. 케네디 북미연구소 연구원이 작년 10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1대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 100명당 연간 부상 건수가 1.2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는 “완벽하게 안전한 피지컬AI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지난달 서울 웨스틴조선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휴머노이드 테크콘’에서 페데리코 비첸티니 보스턴 다이내믹스 프로덕트 세이프티 총괄은 “휴머노이드의 모든 오작동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상용화의 핵심은 불확실성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리하고 이를 사용자와 투명하게 공유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 속에서 정부의 산재 근절 기조는 피지컬AI 확산 국면에서 안전 기준을 선제적으로 고도화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산업재해 감축을 국정 과제로 제시하며 국무회의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도 높게 발언했다.
정부는 근로자 1만명당 0.39명 수준인 산재 사망률을 OECD 평균인 0.29명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는 기술 확산과 제도 정비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움직이는 지능은 새로운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며 법적 통제력이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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