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두바이를 오가는 항공편이 대부분 중단되자 금과 은 등 귀금속의 글로벌 유통 흐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귀금속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현지 시간) Financial Times(FT)에 따르면 Dubai는 세계 금괴 운송의 핵심 허브로 꼽힌다. 지난해 전 세계 금 유통량의 약 20%가 두바이를 거쳤다. 아프리카에서 채굴된 뒤 아랍에미리트에서 정제되는 금뿐 아니라 유럽에서 아시아로 운송되는 금괴 역시 대부분 이 지역을 통과한다.
전문가들은 금과 은의 운송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내부 거래 가격이 상승하고 귀금속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귀금속 가격은 지정학적 긴장과 관세 불확실성 영향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급락하는 등 큰 폭의 변동을 보이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이번 주 들어 약 3%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약 51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연초 대비 약 20% 높은 수준이다.
World Gold Council의 수석 시장 전략가 John Reade는 중동발 항공편 중단으로 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특히 인도를 지목했다. 두바이는 2024년 세계 2위 금 수출국으로,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이 인도로 향한다. 그는 인도 시장 금 가격이 지난달 27일 트로이온스당 약 50달러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이란 전쟁 발발 이후 2일에는 영국 런던 시장 가격과 동일한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공습하면서 걸프 지역에서 출발하는 상업 항공편 대부분이 중단됐다. 두바이에서는 3일 일부 여객기가 이륙했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부패하기 쉬운 화물이 우선 운송됐으며 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 금 거래업자는 현재 항공편으로 운송되는 금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여객기 화물칸은 한 번에 최대 5톤, 현 시세 기준 약 8억3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금을 운송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화물 운송을 중단하면서 일부 물류 업체들은 Heathrow Airport에서 이미 항공사에 인도된 금괴 화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관 신고까지 마친 뒤 통관 신청을 철회해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런던에서 출발하는 화물의 경우 금보다 은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은 가격은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로 큰 변동을 겪었으며, 중국의 은 재고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편 두바이는 오랫동안 불법 금 유통의 주요 거점으로도 지목돼 왔다. 스위스 비정부기구 SwissAi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금이 아랍에미리트를 통해 밀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항공 운송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귀금속 시장과 공급망 전반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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