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민의힘의 '청와대 도보행진' 장외집회에 '윤 어게인' 세력이 난입한 일로 당내 파장이 일고 있다. 대여 투쟁 대열에 따라붙은 '불청객'에 당내 의원들이 불편함과 우려를 표하면서다.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자초한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민의힘에서는 전날 진행된 장외집회를 둘러싼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조찬 모임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는 "집회 모양새가 너무 황당하다" 등 우려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전날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연 ‘사법독립 헌정 수호를 위한 대국민 호소 국민 대장정' 규탄대회에는 "윤 어게인",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들이 몰려와 소란이 일었다. 애초 집회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국회부터 청와대까지 9킬로미터가량 도보행진을 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장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세력이 몰려와 분위기는 금세 변질됐다.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소장파 김용태 의원은 '대안과미래' 모임 전 기자들과 만나 "윤 어게인 노선과 빨리 절연해야 한다"며 "대여 투쟁은 당내 개혁과 병행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제처럼 '윤어게인 파티'만 재확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날 자당의 집회가 "다수 시민에게 볼썽사나웠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윤 어게인 노선으로 당 지도부가 회귀하면서 중도 보수, 합리적 보수층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서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윤 어게인으로 회귀한다면 지방선거, 앞으로의 모든 공직선거에 있어서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는 걸 지도부가 알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조은희 의원은 전날 집회에 관해 "'태극기'(세력)가 있어서 너무 놀랐다"고 밝혔다. 엄태영 의원은 "윤 어게인 깃발에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데, 거기 (의원들이) 따라다니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날을 세웠다. 송석준 의원도 "모양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고 불편함을 전했다.
고동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도보 투쟁 과정에서 일부 세력이 '윤 어게인', '온리 윤(Only Yoon)'을 외쳤고 시민들이 지켜보는 거리에서 현역의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배신자'라고 공격했다. 이렇게 그들과 3시간 동안 걸었다"며 "그 자리에 지도부가 있었지만 전혀 제지하려는 모습은 없었다. 실수인가 아니면 계산인가"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어제 행진은 '3대 악법 저지'가 아닌 '당 민주주의 붕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방치는 사실상의 동조"라고 꼬집었다.
한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어제 우리 당은 (여권의) 사법 파괴를 걱정한다면서 그 걱정을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론' 구호와 (함께) 규탄하고 있었다"며 "그 모습이 부끄럽고 국민에게 죄송해 도저히 행진에는 함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날 집회가 진행될수록 '윤 어게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민의힘 다수 의원은 도보 행진을 끝까지 함께 하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당 차원의 규탄대회가 아니라 '윤 어게인', '우리공화당' 등 깃발을 든 이들과 함께하는 행사로 흘러가는 모습에 의원들 사이에선 "이건 아니다"라는 한숨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집회 중간 피켓을 내려놓고 현장을 떠났다는 김재섭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다수 중도층에 있는 분들은 '윤 어게인' 피켓을 드는 꼴을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며 "지지층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도대체 어느 지지층을 보고 선거 캠페인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원내지도부는 장외집회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5일에도 국민의힘은 청와대 앞을 찾아 현장 의원총회 형식의 집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후 장 대표와 비공개 면담한 '대안과미래'는 장 대표에게 "윤석열 그리고 윤 어게인과의 절연"을 거듭 요청했지만, 장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안과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장 대표 면담 뒤 기자들에게 "저희만의 노선을 주장하는 게 과연 관철될 수 있겠느냐 의문이 있다"며 "당 지도부 노선에 따르는 건 아니지만, (지방선거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장 대표에게) 있는 만큼, 맡겨두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선 변경을 끝내 거부한 장 대표에게 더 이상의 반론을 제기하지 않되,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은 장 대표가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당권파는 '윤 어게인에 끌려가고 있는 건 없다'고 반박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채널A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회를 하다보면 여러 생각을 가진 여러 부류의 분이 많이 참여한다"며 "윤어게인 집회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특정 인물들이 현장에 참여해서 본인들이 강하게 주장하는 부분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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