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美관료들 장기전도 염두…관련 발언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후 구도의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그는 “최악엔 우리가 행동에 나선 뒤 이전 인물만큼이나 나쁜 사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다”며 “몇 년 뒤에 우리가 더 나은 인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공습 이후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이란과의 전쟁이 4~5주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더 오래갈 수도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상관 없다. 테러 정권이 미 국민에게 가하는 위협을 분쇄하기 위해 맹렬하고 꺾이지 않는 결의로 이 임무를 계속하겠다”며 지상군 투입을 비롯해 추가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가장 강력한 타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고 미 국방부는 더 많은 병력과 전투기를 전장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4주가 될 수도 있고 2주나 6주가 될 수도 있다”며 “전쟁 종료 시점이 유동적이다”고 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광범위하고 무기한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목표와 일정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
◇이란 “살아남으면 승리”…전장 확대·장기전에 ‘올인’
이런 상황에서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최종 목표는 ‘정권 생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승리 선언 후 철군’을 택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더 많은 전쟁 비용을 치르게 하고 미군 사상자와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워 정치적 부담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란은 전장을 자국 영토에서 중동 전역으로 넓히며 미국과 이스라엘, 걸프 아랍 국가가 보유한 값비싼 미사일 요격 체계를 소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 등 주변 국가 석유·가스 인프라를 타격하고 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이 전쟁에 가세하며 중동 국가들은 값싼 이란제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고가의 미사일을 계속 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동 경제를 흔들어 전 세계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 중동 동맹국의 불만 확대·외교적 압박까지 유도하는 이른바 ‘비대칭적 인내전략’이다. 여기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사상자가 늘고 물가가 급등하기 전에 전쟁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란 계산마저 깔렸다. 발리 나스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 전쟁은 이미 의지와 인내심의 시험장이 됐다”고 평했다.
|
◇공습만으로 정권 교체?…“역사적으론 느리고 불확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추가로 파괴하고 나아가 이란 정권 전복까지 노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최근 수십년간 주요 전쟁 양상을 살펴보면 ‘4~5주 내 승리’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축출할 때에는 현지 저항세력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결국 20121년 미군이 최종 철수하며 탈레반의 승리로 끝마쳤다. 2003~2011년 이라크전은 8년이나 지속했다. 미군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최소 5년 이상 게릴라전에 발이 묶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에선 이라크와 같은 장기 지상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미 전략·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오핸런과 케이틀린 탤매지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처음엔 이라크에 수년간 주둔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라크·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데 미군과 동맹국들은 2014년부터 5년 가까이 공습과 군사 고문 파견을 이어가야 했다.
오핸런·탤매지는 “역사적 기록은 앞으로 이란 정권 붕괴까지 매우 어렵고 느릴 것임을 보여준다”며 “설령 미국이 공식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국장은 “이란은 설령 ‘피로스의 승리’(사실상 패배와 같은 상처뿐인 승리)일지라도 살아남는 것이 곧 승리라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