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보험료 과다 수령과 관련한 제재를 받으면서 내부통제와 경영 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약관 관리와 소비자 보호 체계가 장기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직 체질 개선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농협손해보험에 과징금 1200만원과 직원 자율처리 필요사항 1건의 제재를 부과했다. 제재 사유는 보험 약관에 명시된 계약자 권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보험료를 과다 수령한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제재 내용에 따르면 농협손보는 보험료 납입 면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특별약관 소멸 처리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계약자에게 추가 보험료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농협손보는 2020년 7월 27일부터 2023년 12월 11일까지 총 36건의 보험계약에서 납입면제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이후 보험료 납입을 면제하지 않고 총 2570만원을 계약자로부터 더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험 약관에는 납입면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차회 이후 보장보험료 납입을 면제하도록 명시돼 있었지만 실제 업무 처리 과정에서는 이 조항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또 2020년 1월 8일부터 2023년 7월 6일까지 7건의 보험계약에서는 보험금 지급 이후 소멸해야 할 특별약관이 유지된 채 보험료가 계속 징수되면서 총 120만원의 보험료가 추가로 수령된 사실도 확인됐다. 두 사례 모두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번 위반 사례는 대부분 송춘수 대표 취임 이전 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재가 과거 사건이라고 해도 내부통제 체계가 장기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농협손보의 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 약관 준수와 계약자 권리 보호는 보험사의 기본 원칙인 만큼 관리 부실 상태로 장기간 방치됐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납입면제나 특약 소멸 같은 조항은 계약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핵심 규정"이라며 "이러한 조항이 실제 업무에서 적용되지 않았다면 내부통제나 업무 점검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농협손보가 최근 겪고 있는 경영 부담과도 맞물려 있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실적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NH농협금융에 따르면 농협손보의 지난해 순이익은 82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영업 수익은 증가했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과 정책성 보험 운영 부담이 겹치며 영업비용이 더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보험사의 본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손해율이 100%를 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농협손보의 지난해 손해율은 약 108%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보험료로 받은 금액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농작물재해보험과 풍수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상 자연재해 발생 시 손해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 개선이 더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농협 조직 전반에서 추진되고 있는 쇄신 기조와도 맞물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들어 권한 구조 재편과 외부 통제 강화, 인사 제도 개편 등을 포함한 전면적인 조직 혁신을 공식화하며 금융 계열 전반에서도 인적 쇄신과 내부통제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은행·보험·카드 등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부행장·부사장·본부장급 인사를 대폭 단행하며 조직 재편에 나섰다. 금융 계열 전반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경험을 갖춘 인물들을 전면 배치하며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인사 쇄신 흐름이 모든 계열사에 동일하게 적용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농협손해보험의 경우 송춘수 대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쇄신의 칼날이 비켜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송 대표는 과거 농협손보 고객지원부문 부사장을 지낸 뒤 퇴임했다가 다시 대표로 복귀한 인물로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더욱이 송 대표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동향 후배이자 과거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캠프 활동을 했던 인물이라는 점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 일각에서는 농협이 조직 쇄신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일부 계열사에서는 인사 혁신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경영진 책임과 조직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쇄신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이 조직 혁신과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계열사별로 체감되는 변화의 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쇄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사와 조직 관리 전반에서 일관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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