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금리 두자릿수 급등…이날 한은 메시지로 진정됐다 다시 약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의 대이란 공격으로 터진 중동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은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는 채권도 피해 가지 못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보다도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망이 약세장을 주도한 탓이다. 채권은 안전자산인 동시에 물가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정금리 자산 성격도 있다.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대체로 상승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3bp(1bp=0.01%포인트) 오른 3.223%에, 10년물 금리는 3.8bp 상승한 3.63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의 구두 개입성 메시지가 전해지면서 채권시장은 장중 강세를 띠기도 했지만 다시 약세장으로 전환 마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하고 "환율, 금리가 경상수지 등 국내 펀더멘탈(기초체력)과 괴리되어 과도하게 변동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시장 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필요시 정부와 협조하여 적기에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동 사태 직후 장이 열렸던 전날 국고채는 1년물을 제외하고 모든 만기 구간에서 금리가 두 자릿수 급등했는데 이날도 약세장을 이어간 것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부상하면서 환율과 유가가 크게 오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 압력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춰 채권시장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원유 수입국인 한국이 유가 상승으로 받을 타격은 더 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의 원유 수입 물량 중 70%가 중동산이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이었다.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오르며 1,420원대에서 1,470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서울 채권시장은 지난달 말 비둘기파적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로 이후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간만에 강세장을 누렸지만 불과 며칠 만에 중동 사태를 변수로 떠안게 됐다.
다만 전날 국고 2년과 이날 국고 30년 입찰이 예정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 폭이 과도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란 전쟁 이후 미국 국채보다 한국 국채 금리 상승 폭이 더 컸다는 점에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우려되지만 금리가 과도하게 반응했다"며 "30년 입찰을 소화하고 나면 입찰에 대한 부담은 다소 완화되면서 금리의 상방 압력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봤다.
당국이 지난달 금통위를 비롯한 여러 계기에 시장 안정화 의지를 표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급등세를 마냥 지켜만 보진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국고 금리가 과도하다는 메시지를 수 차례 발신했고, 이후 시장금리는 금통위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진정되는 흐름이었다.
강승원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시장 센티먼트(심리)가 악화돼있다 보니 (악재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한은이 실제로 실개입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격도 매력적이고 채권이 안전자산으로서 기능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센티먼트가 돌면 채권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시장은 이번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주시하고 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강화되고 글로벌 원유 수급 차질이 심각해질수록 물가 재상승 및 금리 인상 전환 우려가 재부각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음 달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해외자금 유입도 호재 요인으로 주목된다. 외국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 수급 부담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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