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운전 증가하는데…처벌은 강화 기준은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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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운전 증가하는데…처벌은 강화 기준은 ‘공백’

투데이신문 2026-03-04 17:10: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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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서울 반포대교를 달리다가 한강 둔치로 추락한 포르쉐 차량 운전자 3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서울 반포대교를 달리다가 한강 둔치로 추락한 포르쉐 차량 운전자 3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약물을 투약한 채 서울 반포대교를 달리다 한강 둔치로 추락한 30대 여성 운전자가 구속된 가운데, 약물운전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처벌 수위는 크게 높아지지만 정작 약물운전 여부를 판별할 구체적 수치 기준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4일 경찰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시행을 앞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약물운전 처벌 수위를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약물운전 측정 불응죄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단속을 거부하는 운전자에게는 음주운전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예정이다.

이 같이 처벌 상향이 이뤄진 이유는 ‘약물’ 관련 사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건수는 237건으로 전년(163건)에 비해 45% 증가했다. 발생한 교통사고는 마약운전이 31건, 약물운전이 44건이었다.

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은 단속 기준을 보완하는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이달 18일까지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활용할 ‘약물운전 정황진술보고서’도 새롭게 만들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야간 전조등 미점등, 지그재그 운전, 역주행 여부 등 운전 형태와 동공 확장, 발음 부정확, 과도한 흥분 등 운전자의 외관 상태를 파악하는 항목이 담겼다. 이상 징후가 있을 경우 한 발 서기, 직선보행 등 운동능력을 평가하고 만일 약물 복용이 의심되면 타액으로 간이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혈액·소변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여전히 스스로의 판단에 기대 운전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어떤 약물을 어느 정도 복용했을 때 운전이 금지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처벌받을 수 있는 약물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 화학물질관리법 제22조 제1항에 따른 환각물질이다.

경찰청은 “정상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물을 복용했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며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할 수 없는 경우, 즉 운전자가 현실적으로 주의력이나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판단력이 흐려져 자동차 운전에 필수적인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 등 기계장치의 조작 방법 등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 단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적법하게 처방받은 의료용 약물을 복용한 경우라도 그로 인해 주의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6월 방송인 이경규씨 사건이 꼽힌다. 그는 공황장애 치료제를 복용한 뒤 타인의 차량을 운전하다 적발됐는데, 당시 복용한 약물에는 졸음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저녁 경찰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도로에서 음주·약물운전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4년 12월 3일 저녁 경찰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도로에서 음주·약물운전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약물운전 여부를 가를 객관적·정량적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처벌 수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만 약물운전의 경우 이처럼 구체화된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경찰이 실시하는 타액 간이 검사에서는 약 10종 내외만 판별 가능하다. 올해 1월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15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택시 기사의 사례를 보면 간이 검사에서는 모르핀 성분이 검출됐지만 정밀 검사를 통해 가래약에 포함된 한외마약(의존·중독성이 없는 마약 성분)으로 결론 나면서 약물운전 혐의가 제외됐다. 더욱이 간이시약검사는 특정 약물 성분의 존재 여부만 파악할 수 있다. 복용량이나 실제로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지까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으며 신체 조건과 체질 등에 따른 개인차도 상당하다.

이를 두고 형평성 논란은 물론 처분에 대한 불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특정 약물에 대해 혈중 농도 기준치를 설정하거나 24시간 동안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호주 역시 12시간 동안 운전을 금지하는 등의 시간 기준을 뒀다.

전문가는 약물운전 문제와 관련해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감기약 등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운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의사가 보다 명확히 설명하고 환자에게 충분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약물 복용 후 운전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명료하게 고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법적 처벌 강화와 함께 양형 기준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보와 교육을 통한 선제적 예방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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