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국서 유죄평결…국내 법원은 "직무관련성 단정 못 해"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지진 장비 제조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미국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던 저명 지진전문가에게 국내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지헌철(68) 전(前)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지 전 센터장은 지질연에 근무하던 2009∼2015년 한국 내 수요기관에 제품이 선정되도록 지원하거나 경쟁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영국·미국의 지진 장비 제조업체 2곳으로부터 총 31차례에 걸쳐 104만4천690달러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뇌물을 수수하면서 마치 정상적인 자문료인 것처럼 가장했다며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지질연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뇌물죄 적용에 있어서는 공무원으로 간주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지 전 센터장은 2017년 로스앤젤레스 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14개월·벌금 1만5천달러·보호관찰 1년 처분을 받았었다.
지 전 센터장은 두 회사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고, 계약 체결에 따라 기술 자문을 수행해 정당한 자문료를 지급받은 것이라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대가성이 의심되기는 하나, 법원에서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문료 액수 산정과 관련해서는 직무 관련성 있는 피고인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없고, 장비 구매 계획과 관련된 부분에는 피고인이 장비 구매 결정 과정에 관여했다는 내용이 없다"며 "경쟁사 가격 정보와 그에 따른 선정 가능성 등 부분은 그 자체만으로는 공소사실과 같은 직무 관련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회사 제품이 선정되도록 지원하거나 편의를 제공해 대가를 수수했다는 공소사실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 막연하고 추상적인데, 검사가 이런 추상성을 보충하지 못했다"며 "피고인에게 돈을 지급한 회사 직원들이 미국·영국에서 증뢰나 증죄로 의율 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가 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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