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의 자금 흐름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수십 년간 부동산과 담보대출 중심으로 굳어온 자금 배분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기업과 첨단산업으로 자본을 유도하려는 정책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생산적 금융 전환의 정책 배경과 함께 대형·중소형 증권사들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서울=한스경제 김유진 기자 |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의 흐름을 혁신기업과 전략산업으로 돌리겠다는 정책 전환이 본격화됐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자본시장에 성장 자본 공급 기능 강화를 주문하면서 증권업이 모험자본의 핵심 실행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등 비생산적 자산에 쏠린 자금 흐름을 문제로 지적해왔다.
지난해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시중자금이 비생산적 영역에서 생산적 영역으로 유입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복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0월 국무회의에서도 과거의 부동산 중심 투자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그해 9월 금융위원회 주재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정책 틀을 공개했다. 15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범, 은행·보험권의 부동산 관련 자본규제 강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발행어음·IMA 운용규제 개편 등이 핵심이다.
특히 증권업권에 대해서는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조달액의 25%를 국내 모험자본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는 현행 30%에서 2027년까지 10%로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 혁신기업 자금조달…증권사 역할 확대
이런 흐름에서 증권업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첨단기술·벤처기업은 장기 연구개발(R&D) 투자 수요가 크고, 무형자산 비중이 높아 담보 여력이 부족하며, 미래 현금흐름의 불확실성도 높다. 이 때문에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만으로는 충분한 신용 공급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증권업은 리서치, 중개, 위험 인수 기능을 바탕으로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을 증권화하고 위험을 시장에 분산시켜 다양한 투자자와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회사채, 파생상품 등 여러 자본 수단을 조합해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자본 구조를 설계하고 연기금, 보험사, 고액자산가 등 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증권업의 역할 확대가 정책적으로 요구되는 가운데, 생산적 금융 기조는 업계의 사업 기회 확대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 심윤보 연구위원은 "정책효과로 2026년에만 국민성장펀드, 민간 및 정책금융권 자금 200조원 이상이 생산적 부문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조달 활성화로 M&A 시장에서의 증권사의 영업기회 확대가 예상되고, 증시 친화적 정책으로 인한 브로커리지 호조와 차입규제 완화로 인한 직접투자 및 기업대출 규모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 증권사 CEO 신년사 키워드 '생산적 금융'
증권업계는 발 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올해 초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는 '생산적 금융'이란 단어가 어느 해보다 넘쳐났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생산적 금융은 단순한 정책 대응이 아니라 우리 업의 본질이자 사명"이라고 말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IMA는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자본시장 자금을 창의적 투자로 연결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라며 IMA 인가 취득 의지를 내비쳤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역시 “부분적 개선이 아닌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로 발행어음 기반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중심에서 기업금융·모험자본 중심으로 체질 전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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