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통합법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까지 대구·경북과 충남·대전 행정통합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반복하며 막판 신경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지역 발전 차원에서 추진된 통합인 만큼 3개 통합법안인 충남·대전, 대구·경북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통합부터 먼저 처리하자고 맞서며 평행선을 달렸다.
2월 임시국회 회기를 넘기면서 3월 임시국회 시작인 5일부터 오는 12일까지가 최후의 데드라인으로 거론되며, 3월 임시국회 첫 회기 내에 통합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6·3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 선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책임론 공방에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되며, 선거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3월 국회에서도 통합법안 통과를 두고 여야 간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1일 국민의힘이 엿새 동안 이어온 무제한 토론을 전격 중단하면서 국민투표법과 전남광주통합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를 위해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려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핑계로 법사위를 열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구·경북 통합에 대해 경북 지역 기초의회 일부의 반대를 언급하며 내부 정리를 통해 당론으로 정하라고 맞받았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인 3월 초를 넘기게 돼 행정통합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야, 3~4일 이틀에 걸쳐 만났지만 이견 못 좁혀
3월 임시국회가 데드라인…불발시 통합단체장 선거 못 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만남을 갖고 통합법안을 합의하고자 했지만 두 차례의 만남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3일에는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본회의를 앞두고 만남을 갖고 머리를 맞댔지만 의견 차이만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송언석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경북에서 아직도 8개 시의회 의장단이 반대하고 있다"며 "통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당론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의원들은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경북에선 이를 반대하고 있어, 당론으로 지역 간 갈등을 먼저 조정하라는 취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병도 원내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법안 처리를 위한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소수당이 행사할 수 있는 합법적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까지도 대승적으로 포기했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있는 것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라며 통합법안 통과 지연의 이유가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다수당의 횡포를 이제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두 사람이 이견만 확인하고 회동을 마무리한 후 4일에는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만남을 갖고 특별법 처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와 관련해선 민주당이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 간 이틀 연속 만났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3월 임시국회 회기를 맞이하게 됐다.
민주 "'대구·경북-충남·대전' 연계 처리해야" 입장 불변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5극3특 일환인 충남대전·대구경북·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 내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국민의힘은 설 이전에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충남·대전 특별법에 비협조적이었고 이후 대구·경북 통합도 반대했다.
이후 열린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만 먼저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뒤늦게 대구·경북 통합 찬성으로 당론을 선회했으나 민주당은 경북시의회 등 지역 의견과 남은 내부 반발을 정리하고 충남·대전도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인 만큼 3개의 통합법안을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연계 처리에 동의한다면 민주당은 당장이라도 법사위를 열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구·경북-충남·대전 행정통합에 관해 "무산되면 그 책임은 200% 국민의힘에 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정 대표는 4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행정통합에 갈피를 못 잡고 훼방만 놓고 있다"며 "통합하면 기회가 열리고 통합하면 잘살게 된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대전충남의 기회, 대한민국 대전환의 기회를 가로막지 말라.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나"라고 질책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반대한다고 필리버스터를 하다가 돌연 찬성한다며 법사위를 열라고 떼를 쓰고,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같이 처리하자고 하니 그건 또 안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차별인가, 균형 감각 상실인가, 아니면 청개구리 심보인가"라며 "국가가 정상화됐으니 국민의힘도 정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통합특별법이 통과된 광주전남은 농업 스마트 혁신과 인공지능(AI), 에너지,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의 글로벌 거점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행정통합특위 "국힘, 일관성 있는 입장 정하라"
민주당 충남대전통합 및 충청발전특별위원회는 4일 국민의힘과 대전충남 단체장을 향해 행정통합에 대한 일관성 있는 입장을 정하라고 요구했다.
특위는 4일 논평을 내고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전·충남 통합법안에 대해 '20조원 규모의 지원 방안이나 재원 마련 방식, 교부 기준이 누락됐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동일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통합은 지역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외치면서 왜 대전·충남 통합법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반대하느냐"고 반문하며 "대구·경북의 '황금'이 대전·충남에 오면 '돌'이 된다는 것인지 이중잣대를 이해할 국민은 없다"고 적시했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을 겨냥해 "통합 필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며 통합의 깃발을 들었던 당사자들"이라며 "천문학적 통합 지원금과 각종 특례를 챙겨야 할 단체장들이, 도리어 미래 먹을거리를 스스로 걷어차는 저의가 무엇이냐. 오로지 '재선'이란 정치적 셈법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시장과 김 지사는 명분 없는 억지와 말 바꾸기를 즉각 중단하고,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행정통합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확립하라"고 촉구하고 "통합이 무산된다면 장동혁 대표와 이 시장, 김 지사는 '매향노'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힘 "TK주민 우롱, 지역 갈라치기 말라" 규탄대회 열어
국민의힘은 4일 국회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의 즉각적인 처리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광주·전남 통합법은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가장 먼저 통합을 추진해 온 대구·경북 특별법은 고의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통과 촉구 결의대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의 문제는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 균형 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이라며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을 갈라치더니 이제 지역까지 갈라치고 있다"며 "대구·경북의 통합을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그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 돌아간다는 것을 여기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과 시·도지사도 민주당을 향한 맹공을 퍼부었다.
경북도당위원장인 구자근 의원은 "우리가 그리 만만한가. 대구·경북이 자기들 편이 아니어서 그렇게 하느냐"라며 "저희들은 부당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 정권의 압박을 강하게 뚫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은 "합의는 이미 충분하고,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결단뿐"이라며 "즉각 법사위와 본회의를 열어서 통과시켜주길 바란다"고 공세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똘똘 뭉쳐 수도권에 버금가는 지역으로 만들고 전 세계로 나아가는 지역으로 만들자고 통합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다시 이 나라를 이끌고 세계로 나아가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는 것을 명심하고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장 출사표를 던진 중진 의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의원은 "우리를 가지고 놀아도 유분수 아니냐. 우리가 놀다가 버려도 되는 노리개냐"라며 "분하고 화난 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정권 쓰러뜨리는 큰 쓰나미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재옥 의원은 "자기들 지지 지역은 패스트트랙에 태워 프리패스하고, 대구·경북은 자기들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홀대한다"고 비판했으며, 추경호 의원도 "계속해서 골대를 옮겨가며 흥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통합 먼저 나섰던 국힘…선거 셈법에 미뤘단 분석도 나와
행정통합에 가장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나서 당사자 간 만남을 갖고 통합을 주도했던 이들은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이다.
자신들이 먼저 앞장서서 밑그림을 그리고 서로 합의까지 이뤘던 행정통합을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밀어주며 인센티브까지 제안한 상황에서 갑자기 졸속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에는 찬성하지만 대전·충남의 통합에는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통합시장 선출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에게서 이유를 찾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충남도는 보수와 진보세가 혼재된 지역이다. 평택시와 맞닿은 천안 등은 수도권 인접 지역으로 전국 이슈에 민감한 반면 농촌 지역과 서북부 지역은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충남도청이 자리한 홍성과 공주부여청양 등은 진보세가 강해 지역 내 표심이 민감한 곳이다.
무엇보다 6·3 지방선거에서 통합광역단체장을 선출하게 된다면 '지역 발전 전략'이 곧바로 '선거 구도'로 연결되는 구조로 변하게 된다.
강 비서실장이 지방선거에 불출마할 경우 인지도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의 연임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장우 시장은 "강훈식 비서실장의 출마를 위한 1인 위한 법안이라면 더 문제다.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3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 에서 국민의힘의 대전·충남 통합 반대가 비서실장의 특별시장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셈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면 더 문제다. 강훈식 실장을 내보내기 위해 통합한다고 의심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전격시사>
그는 "특별법 부칙을 보면 출마할 사람은 90일 전에 사퇴해야 되는데 그 이후에 할 수 있도록 규정도 넣어놨다"며 "국가의 중대한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법안이 만약 1인을 위한 법안이라면 더 문제가 있다.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자꾸 왜곡하는 것 같다. 충청도가 원하는 것은 법률로 재정 분권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라는 것인데 그 뜻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선거의 최대 변수인 행정통합이 흔들리면서 대전과 충남의 선거 지형은 다시 복잡한 셈법 국면에 들어섰다. 오는 12일 3월 임시국회 첫 회기가 행정통합의 최후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여 통합을 둘러싼 여야 간 막판 줄다리기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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