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고려아연 직원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결권 위임장을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일부 고려아연 주주들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최근 연휴 기간 의결권 대행사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주 부재 시 연락을 요청하는 안내문에 ‘고려아연’ 명칭만 기재된 문서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해당 안내문을 본 주주들이 현 경영진 측과 관련된 연락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부 주주들은 안내문을 보고 연락을 취한 뒤 대행사 관계자와 통화를 했지만, 통화 과정에서도 소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혼란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몇 차례 질문을 거친 뒤에야 영풍 측 의결권 위임 수집을 대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은 상대방을 고려아연 측 인사로 인식한 채 위임장 서명을 진행했고, 신분 확인을 이유로 주민등록증 사진 등 개인정보까지 전달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액주주는 “집 앞에 ‘고려아연’ 명칭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어 회사에서 나온 줄 알고 연락했다”며 “만나서 어디 소속인지 묻자 처음에는 말을 흐리다가 영풍 측이냐고 재차 묻자 그때서야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명을 거부하자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서명을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과거에도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24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대행사가 배포한 명함에 고려아연 사명이 함께 표시돼 주주들에게 혼선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당시 명함에는 ‘최대주주 영풍’ 문구보다 고려아연 사명이 더 크게 표기돼 사실상 회사 관계자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이번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본시장법 제154조는 의결권 권유 과정에서 위임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누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주주가 상대방을 고려아연 측으로 오인한 상태에서 위임장과 신분증 정보를 제공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 수집 시 목적과 법적 근거 등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영풍과 MBK가 그동안 강조해 온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기조와도 배치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내세운 핵심 명분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강화였다”며 “만약 사칭이나 오해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확보했다면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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