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이은주 역음· 북모먼트 펴냄
‘무너진 마음’이 가득한 시대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 우울과 자살의 문제는 더 이상 놀라운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저자는 기자로 수많은 참사를 취재해 온 이다. 오랫동안 죽음을 가까이에서 다루면서도 그 끝을 설명할 언어를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는 미국 뉴저지주 킨(Kean) 대학교의 죽음학 수업을 알게 된다. 저자는 학생이자 기자의 위치로 강의실 안에서 ‘죽음의 수업’을 4년간 밀착 취재했다.
우선 이 수업을 찾는 학생들부터 남달랐다. 학생들은 대체로 삶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있었다. 가족의 자살, 폭력과 학대의 기억, 가난의 그늘, 범죄와 중독에서 버티는 이들이었다. 강의를 이끄는 보건정책학 박사이자 2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한 노마 보위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죽음을 끝까지 바라보게 했다. 자신의 추도사를 상상하게 하고 묘지, 장례식장, 호스피스 현장으로 학생들을 이끈다.
저자는 강의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변화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리고 이 수업이 가르친 내용을 책의 말미에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한다. 죽음학 수업이 가르치는 것은 자기의 삶을 사랑하는 법이었다는 것을.
책에서 저자는 관찰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들의 일상과 고통의 내밀한 맥락을 따라가며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강의실에 오게 됐는지를 드러낸다. 살아갈 이유를 잃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자신만의 틀과 세계에 갇힌 사람들의 제각각 사연은 비극이지만 이야기는 비극에 고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위기를 넘고 단계를 통과할 때 마다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 생의 단계마다 이러한 위기를 통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성장이고 인생의 난관을 책임있게 건너는 일이라고 죽음학 수업과 학생들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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