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라는 단어가 주는 익숙한 고요함 대신, 거친 파도와 짠 내음이 먼저 마중을 나오는 곳이 있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 위에 올라앉아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번잡했던 마음은 어느덧 밀려드는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다. 육지의 끝과 바다의 시작이 맞닿은 경계에서 기적처럼 자리 잡은 이 사찰은 방문객들에게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깊은 위안을 선사한다.
해동용궁사 / CJ Nattanai-Shutterstock.com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해안에 위치한 해동용궁사는 1376년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가 창건했다. 한국의 3대 관음성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이곳은 본래 보문사라 불렸으나, 임진왜란 당시 화마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1930년대 초 통도사의 운강 스님이 중창하며 명맥을 이었고, 1974년 주지로 부임한 정암 스님이 관음도량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정암 스님이 백일기도 중 흰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는 일화는 사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해동용궁사 / 부산관광아카이브
사찰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교통안전기원탑과 번뇌를 씻어내라는 의미를 담은 108계단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대웅전 옆 굴법당인 미륵전에는 창건 당시부터 모셔진 미륵좌상 석불이 있는데, 자손을 점지해 준다는 의미에서 '득남불'이라 불리며 오랫동안 신도들의 정성을 모아왔다. 대웅전 앞 사사자 석탑과 바다를 배경으로 선 해수관음대불은 해동용궁사만의 독특한 경관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해동용궁사 야경 / 부산관광아카이브
이곳에는 ‘진심으로 기도하면 누구나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룬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사계절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동용궁사는 매일 오전 4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문을 열며, 입장료가 따로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경내를 둘러볼 수 있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특히 장관이라 새벽부터 풍경을 담으려는 이들로 붐비기도 한다. 거친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천천히 경내를 걷다 보면, 세상의 소음은 멀어지고 바다와 나만 남는 듯한 고요한 순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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