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공공기관이 경쟁입찰 없이 특정 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소액 수의계약’ 제도를 둘러싸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의 공공시장 진입 기회가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진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경쟁을 통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돼있다. 다만 모든 계약을 입찰로 진행할 경우 행정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어 일정 금액 이하의 계약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약자 기업?
이때 적용되는 것이 ‘1인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체결하는 수의계약’, 즉 소액 수의계약 제도다. 법령상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특정 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행정 효율성을 고려한 예외 규정으로 이해된다.
이 소액 수의계약에 적용되는 ‘금액 한도’는 기업 유형에 따라 다르게 설정돼있다. 계약 목적과 적용 법령에 따라 세부 기준은 달라지지만, 통상 일반 중소기업의 경우 약 2000만원 수준에서 1인 견적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여성기업이나 장애인기업 등 정책적 배려 대상 기업은 약 5000만원 범위까지 허용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차등 구조는 중소기업 보호와 사회적 약자 기업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고용 촉진, 여성기업 경쟁력 강화,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공공구매 우대 제도를 병행해 왔으며, 수의계약 한도 역시 이 같은 맥락으로 설계됐다.
문제는 이 한도로 인해 일반 중소기업의 공공계약 참여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서 용역 계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A씨는 “최근 일부 교육청에서 시설·용역·미화 계약을 통합 계약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수의계약 한도가 있는 기업들은 구조적으로 참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통합 계약’은 여러 기관이나 사업 단위를 하나로 묶어 한번에 발주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컨대 개별 학교 단위로 나눠 체결하던 청소·시설관리 용역 계약을 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통합해 계약하는 식이다. 문제는 계약 단위가 커질수록 전체 계약 금액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수의계약 한도 불균형 “참여도 어려워”
통합계약 확대로 중소기업 ‘참여 장벽’
소액 수의계약은 ‘총 계약 금액’을 기준으로 한도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인원 수가 늘어나거나 계약 대상 기관이 많아질 경우 금액이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로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일반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2000만원 수준의 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해당 기업은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더 높은 한도가 적용되거나 한도 제한이 사실상 없는 기업 유형은 동일한 규모의 계약에 참여할 수 있다.
A씨는 “과거에는 학교별로 1명씩 배치하는 계약이라면 한도 범위 안에서 참여가 가능했지만, 여러 학교를 묶어 통합 발주하게 되면 총액이 커져 애초에 입찰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도 차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통합 발주 방식과 결합되면서 참여 가능 기업군이 나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차등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장애인 고용 확대나 사회적 경제 지원 정책은 필요하다. 진짜 문제는 한도 설계가 현재 비용 구조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강조한 부분은 인건비 상승이다.
수의계약 한도에서 말하는 금액은 계약 전체 기간을 합산한 총 계약 금액이다. 용역 계약의 경우 통상 인건비, 4대 보험, 관리비, 일반관리비, 이윤, 부가가치세 등을 합산해 산정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곧 계약 총액 상승으로 이어진다.
A씨는 “예를 들어 8시간 근무자 1명을 1년 고용하면 최저임금과 각종 비용을 포함해 약 3000만~4000만원 수준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여성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은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일반 기업은 2000만원 한도를 초과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유형별 한도 차등이 만든 진입 간극?
인건비 상승에도 한도 수년째 그대로
인건비와 보험료는 상승했지만 수의계약 한도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는 것이 A씨의 인식이다. 이와 관련해 2021년 정부가 소액 수의계약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한도는 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특히 최근 장애인표준사업장 중심의 통합계약 확대가 구조적 변화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나 여성기업, 장애인표준사업장 같은 사회적 약자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사실상 한도가 없다. 그래서 계약할 때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더 편한 선택이 된다”고 전했다. 통합계약은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계약 건수를 줄이고 관리·감독을 일원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행정적 편의를 고려하면 수의계약 한도에 제약을 받지 않는 기업 유형과 계약을 추진하는 것이 절차상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 기업이 ‘독점’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실제 A씨는 “한 장애인표준사업장 성격의 업체가 서울 지역 유치원 포함 초·중·고교 약 2000곳 가운데 약 1900곳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대놓고 팸플릿에 홍보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업체 관계자가 독점 의지까지 언급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독점 구조
A씨는 “사회적 약자 기업을 지원하는 취지는 충분히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참여조차 못하게 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과 기준을 지키며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공공계약 참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산업인력공단도 몰아주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홍보 달력 제작 사업을 장기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해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2022년 국정감사 당시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8년간 홍보 달력 제작과 관련해 총 37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해당 기간 동안 동일한 장애인 단체가 48건의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19년에는 탁상용과 벽걸이용 달력 22만개를 7억원에 제작하는 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공단은 장애인 단체와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등록된 장애인 사업체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단체와 반복적으로 계약이 체결된 점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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