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4일은 ‘세계 비만의 날’이다.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며 심각한 건강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비만을 ‘세계적 유행병’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년간 비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비만학회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2013년 30.6%에서 2022년 38.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인 복부비만 유병률도 20%에서 24.5%로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만은 여전히 ‘질환’이 아닌 ‘미용’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인식은 비만치료제 활용 등 치료 접근을 가로막는 제도적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비만학회는 오늘(4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서미화 의원은 “우리 사회의 비만 대응은 예방·치료·사후관리를 아우르는 체계적 접근이 부족했다”며 “오늘 토론회가 단순한 현황 점검을 넘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입법 과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 비만 치료는 여전히 선택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비만 정책이 ‘예방 중심’에서 ‘치료까지 포괄하는 체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 이준혁 정책간사가 ‘비만 치료의 임상적 필요성과 해외 의료보험 적용 사례’를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김유현 대표가 ‘비만 환자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이사가 ‘치료 중심 전환을 위한 비만 정책과 재원 마련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준혁 정책간사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지적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약 5%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의료기술 발전으로 효과적인 비만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의 약 95%가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비만치료제가 대부분 비급여로 환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약 29%의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비만을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공적 재원을 통한 관리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비만치료제 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NHS 재정 상황을 고려해 BMI 35 이상 고위험군 환자에게 최신 치료제를 우선 적용하는 ‘단계적 도입’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준혁 정책간사는 “우리나라도 비만을 개인 책임의 문제에서 국가 관리 영역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고위험군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으로 한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유현 대표는 ‘비만 낙인’ 문제를 지적했다. 비만 낙인은 비만한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 부정적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이는 비만을 질병이 아닌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특히 청소년에게 이러한 낙인은 야외활동을 위축시키고 건강 악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유현 대표는 “우리 사회는 이제 ‘비만 청소년’을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와 지원이 필요한 환자이자 보호해야 할 미래 세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이사는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고도비만 환자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 ▲연령이 낮은 고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단계적 급여 적용 방안을 제안했다.
박정환 이사는 “비만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소득 수준과 BMI 35 이상 고도비만 환자를 1순위 대상으로 하고 최근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소아청소년에게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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