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1억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무소속 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3일 구속됐다. 관련 녹취록이 공개되며 의혹이 제기된 지 64일 만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됐던 강 의원은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낙마한 데 이어 불과 8개월여 만에 '공천헌금' 의혹으로 구속되며 영어의 몸이 됐다. 22대 국회에서 구속된 현직 의원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이어 강 의원이 두 번째다.
한편 뇌물수수 등 13가지 의혹을 받는 무소속 김병기 의원은 지난달 26일과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전직 서울 동작구 의원 전모씨가 현금 전달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조만간 김 의원을 추가 소환할 방침이다.
법원 "증거인멸 염려"…의혹 제기 64일만에 신병 확보
강선우, 장관 후보자 지명 8개월만에 '영어의 몸'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배임수재(강선우)·증재(김경) 혐의를 받는 두 사람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2022년 1월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시의원 후보 공천과 관련해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2022년 4월 강 의원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무소속 김병기 의원과 공천헌금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녹취록이 지난해 말 뒤늦게 공개되면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녹취록에는 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울먹이며 "살려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화 이튿날 김 전 시의원은 민주당 강서구 서울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강 의원을 두 차례, 김 전 시의원을 네 차례 불러 조사한 끝에 지난달 5일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63명 중 찬성 164명으로 통과됐다.
경찰은 영장 심사에서 강 의원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있고 사건 관계자들을 회유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 측은 김 전 시의원에게 받은 금품을 모두 반환했고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도주 우려도 없다고 반박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시의원은 공천헌금 의혹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내용의 자수서를 경찰에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역시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수사 첫날 돌연 미국으로 출국하고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행적이 도주와 증거인멸 정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뒷북 압수수색' 등 수사 내내 늑장·부실 논란에 시달렸던 경찰은 일단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경찰은 빠르면 4일 오후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여전히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점에서 두 사람의 대질 조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김 전 시의원의 '쪼개기 후원'과 강서구청장·영등포구청장 공천 로비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김병기 의원의 각종 비위 의혹에 칼날이 향할지도 주목된다.
구속영장에서 정당 공천이 '공무'가 아닌 '당무'라는 점을 고려해 두 사람에게 배임죄를 적용한 경찰은 본격적 법리 검토에도 착수해 뇌물죄 성립 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당분간 서울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상태로 수사받게 된다.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되면 두 사람의 신병은 서울구치소로 옮겨진다.
경찰 단계에선 구속 후 10일 안으로 검찰에 피의자의 신병을 넘겨야 하기 때문에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다음 주 중 검찰에 구속 송치될 전망이다.
'13개 의혹' 김병기, 이틀간 경찰 조사 받아
전 동작구 의원 "김병기에 1천만원 전달"…3차 소환 임박
공천헌금 수수 등 전방위 비위 의혹이 제기된 무소속 김병기 의원은 지난달 26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 9월께다.
차남의 숭실대 편입을 위해 보좌진과 구의원 등을 사적으로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한 중소기업에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것이다.
잠잠하던 논란은 지난해 12월, 김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대표 등과 호텔에서 고가 식사를 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며 다시 불붙었다. 며칠 뒤 김 의원이 대한항공에서 받은 숙박 초대권으로 160만원 상당의 객실을 이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튿날 또다시 김 의원 가족이 출국 때 대한항공으로부터 공항 편의 제공을 받았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하루건너 가족들이 지역구 내 보라매병원에서 진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장남이 국가정보원 첩보성 업무를 보좌진에게 떠넘겼다는 주장도 잇따라 나왔다.
인사 청탁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이 쿠팡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쿠팡에 취업한 전 보좌진 2명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이어, 2024년 9∼11월께 빗썸과 두나무 양측에 차남 채용을 청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차남은 빗썸에 취업해 6개월간 일했고, 김 의원이 의정 활동을 통해 빗썸을 밀어주고 경쟁 업체를 비판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 의원 사태의 핵심축은 '공천헌금 의혹'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1천만∼2천만원을 건네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게 골자다. 과거 동작구를 지역구로 한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수진 전 의원은 2023년 말, 이 같은 사실이 담긴 탄원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의원이, 당시 강선우 의원이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서 1억원을 받은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 역시 불거졌다.
2024년 4월 제기됐다가 별다른 수사 없이 묻혔던 김 의원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부의장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동작서가 사건을 내사(입건 전 조사) 종결하는 과정에서 수사 정보가 김 의원 측에 유출됐고, 김 의원이 당시 서장과 수사팀장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혐의다.
김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전 동작구 의원 전모씨가 김 의원에게 현금을 전달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 경찰은 3차 소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최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소환돼 "5만원권 500만원씩 두 묶음을 신문지와 비슷한 종이에 싸서 준비했다"며 "2020년 3월 동작구청 주차장에서 차량에 탑승해 있던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에게 창문을 통해 건넸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씨는 해당 금액을 약 3개월 뒤 김 의원 지역 사무실에서 이 부의장을 통해 돌려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부의장은 금품 수수 및 요구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의장은 "전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애초에 돈을 요구한 적이 없고 전씨가 돈뭉치를 건네는 것 같아 현장에서 즉시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엇갈린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전씨와 이 부의장을 불러 2시간 동안 대질 조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도 양측은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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