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사법 개편 3법’의 국회 통과 이후에도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한 데 이어, 범여권 의원들은 탄핵 필요성을 논의하는 공청회까지 개최하며 입법부와 사법부 간 정면 충돌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거취를 표명하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사퇴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며 “지금 사법 개혁에 대해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는 조 대법원장이 전날 사법 개편 법안과 관련해 “갑작스러운 개혁과 변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달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이다. 여권은 해당 발언을 사실상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고유 권한이지만, 사법부 수장이 공개적으로 입법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또 “1년 넘게 사법 개혁안을 논의해 왔는데 이제 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조 대법원장이 과거 주요 정치·사회적 사건에서는 공개 입장을 자제해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범여권과 함께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을 골자로 한 ‘사법 3법’을 처리했다. 이후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사법부 내부에서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 체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입법 속도를 둘러싼 비판적 목소리도 감지된다.
여권 내에서는 탄핵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범여권 의원 모임인 공정사회포럼은 이날 국회에서 ‘조희대 탄핵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민주당 김병주·민형배·이성윤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이 참여했다. 김병주 의원은 “내란 청산의 최종 종착역은 탄핵과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조 대법원장 탄핵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탄핵 추진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사법개혁 완수를 위해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헌정기관 간 정면충돌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감지된다.
헌법적 쟁점도 적지 않다.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지만, 입법 과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이 권력분립 원칙에 비춰 적절한지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반대로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사퇴 압박이나 탄핵 논의로 대응하는 것이 사법 독립 침해 소지가 있는지 역시 논쟁 대상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발언 공방을 넘어 권력기관 간 경계선 설정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전날 출근길에서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여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혀 임기 수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의 재의결 정족수 확보 여부가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반대로 법안이 그대로 공포될 경우, 사법부 내부 반발이나 헌법소원 등 추가적 법적 대응 가능성도 거론된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긴장이 사퇴 압박과 탄핵 논의로까지 확산되면서, 정국은 다시 한 번 권력기관 간 충돌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사법 개편을 둘러싼 개혁의 정당성과 사법 독립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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