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기존 이민정책이 저숙련·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저출생·고령화의 구조적 심화와 산업·기술 환경의 급변을 반영한 중장기 국가전략을 내놨다.
4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날 이 같은 내용의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이 공개됐다. 이번 전략에는 △해외 고급인재 유치 △민생경제 활성화 △안전한 국경 관리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통합 △외국인 인권 보호까지 포괄하는 2030년까지의 이민정책 방향과 기준이다.
이는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이민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169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8.4%(13만2000명) 늘어났다. 외국인 취업자 수도 같은 기간 9만9000명 증가한 110만9000명으로 집계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먼저 법무부는 해외 우수인재 유치를 확대하고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 첨단산업 등 최고 우수인재의 정착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톱티어(TopTier) 비자’ 발급 대상을 과학기술 분야의 ‘교수·연구원’까지 확대한다. 기존에는 반도체, AI, 로봇 등 8개 첨단산업의 ‘기업체 인력’만 해당됐었다.
단순노무·저학력 비전문인력을 해외에서 직접 유입하는 방식이 아닌 국내 전문대학에서 중간기술 수준의 외국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육성형 전문기술인력 비자(E-7-M)’인 이른바 ‘K-CORE 비자’를 신설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지역 제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또 인구감소지역에 외국 우수인력과 그 가족이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창업 정보, 사회통합 교육, 자녀 보육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이민 패키지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지역상권 활성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소상공인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지역활력 소상공인 특례제’도 시범도입된다. 계절근로자의 취업 기간, 농어업기술 교육 이수 여부 등을 평가한 후 농어업 분야에서 장기간 종사할 수 있는 ‘농어업 숙련 비자’도 신설된다.
기업 활동과 인재 유치 지원을 위해 비자체계와 이민행정에 대한 혁신도 이뤄진다. 기업인과 고용주, 외국인이 비자체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취업비자 체계(E계열 비자 10종·39개)를 산업 유형에 따라 기술 수준별로 고·중·저숙련의 3개로 단순화한다. 각종 체류 허가 신청 서류 준비(1차 검토) 및 전자적 신청은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에 등록된 변호사·출입국 대행 기관을 통하게 하는 ‘출입국 민원 대행’을 활성화해 민원 서비스 품질과 처리 속도를 올린다.
기업의 외국인 고용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해외 우수인재의 신속 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헤드헌팅 기관 등 ‘외국 인재 유치기관 등록제’도 추진한다.
국민의 일자리와 근로조건(임금) 등 보호를 위한 산업 유형별, 외국인력 유형별 임금요건(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 소속의 ‘외국인 임금 자문위원회’(가칭) 설치·운영을 추진에도 나선다.
AI와 생체정보를 활용해 고위험 외국인은 신속·정확하게 분류해 입국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저위험 외국인은 여권 제시 없이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신속하고 편리한 출입국심사 시스템을 구축한다. 외국인력을 합법적으로 고용하고 인권보호와 체류 관리를 잘하는 성실기업에게 외국인력의 체류연장 자동승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무부 장관 명의의 ‘K-Trust기업 체류·고용 인증제’(가칭)도 도입한다.
내·외국인 갈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법무부는 동포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오해가 확산·재생산되지 않도록 법무부 지정 동포체류지원센터를 통해 ‘동포 인식개선 사업’을 실시하는 등 국민의 동포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추진하고 장기 거주 외국인에게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을 의무화한다. 장기 거주 희망자에게는 입국 전 한국어 교육을 지원한다.
지속 증가하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에 대한 정책도 공개됐다. 법무부는 교육부와 협업해 초·중·고등학교 안팎에서 한국어 교육 및 공교육 진입 지원을 강화하고 진로·진학 상담 등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다문화사회 전문가·사회통합 멘토단을 활용한다. 추가로 외국인정책위원회 산하 실무분과위원회에 ‘이민 2세대 성장지원 실무분과위원회’를 별도 운영한다.
‘외국인 인권 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법제화하고 신고 접수창구를 상설 운영해 임금 체불, 부당 대우 등 피해 외국인의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한다. 임금 체불 고용주에 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 초청·고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앞으로 법무부는 이민정책 추진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확대·강화하고 이민자 사회통합을 위한 재정적 기반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정성호 장관은 “국민주권정부의 이민정책은 우리 사회의 법질서 안정과 국민적 공감대라는 기반하에 설계돼야 한다”며 “이민정책이 국가 경제와 민생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각각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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