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벽 허문 '한국계 신데렐라'…다양성 보폭 넓힌 '브리저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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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벽 허문 '한국계 신데렐라'…다양성 보폭 넓힌 '브리저튼4'

연합뉴스 2026-03-04 11:02: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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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어 쇼' 1위 직행…자존감 강한 현대적 여성상 그려

하예린 출연에 '소피 백'으로 이름 변경…"한국적 요소로 차별화"

넷플릭스 '브리저튼4' 포스터 넷플릭스 '브리저튼4'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조윤희 기자 = 신분제라는 구습을 깬 것은 뜨거운 사랑이었고, 그 사랑을 완성한 것은 한국계 신데렐라의 단단한 자존감이었다.

지난 1월 파트1(1∼4화)을 공개해 2주 연속 넷플릭스 영어 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시리즈 '브리저튼4'가 지난달 26일 선보인 파트2(5∼8화)로 또다시 1위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심박수를 높였다.

지난주 베일을 벗은 파트2는 화려한 무도회 뒤에 숨겨진 신분제의 모순과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사랑의 가치를 조명하며 평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입체적인 서사를 더했다.

이번 시즌의 중심축은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슨 분)과 베일에 싸인 여인 소피 백(하예린)의 로맨스다.

소피는 하녀라는 신분적 한계와 은신해야만 하는 처절한 상황에서도 베네딕트의 '정부'(Mistress)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다.

"당신은 지금 나에게 내 미덕과 존엄, 그리고 자존심을 모두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거예요."

단순히 사랑에 목매는 수동적인 신데렐라 여주인공이 아니라, 신분 차이로 인한 좌절 속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소피의 단단한 자존감은 현대적인 여성상을 투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문의 명예보다 자녀의 행복을 우선시한 어머니 바이올렛 브리저튼의 지지 역시 묵직한 감동을 준다.

신분이 낮은 사람과 결혼하면 본가와 연을 끊고 숨어 살아야 하는 귀족사회 구습으로 인해 가족이 생이별할 수 있는 위기 속에서도 아들의 선택을 존중한 바이올렛의 모성애는 결국 왕비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넷플릭스 '브리저튼4'의 하예린 넷플릭스 '브리저튼4'의 하예린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시즌은 한국계 배우 하예린이 주인공 소피 역에 캐스팅되며 국내 팬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브리저튼4'의 쇼 러너(총책임자) 제스 브라우넬은 "시즌4의 소피는 원작 소설 속 소피와 매우 흡사하다. 소피는 곤경에 빠진 평범한 여성이 아니며, 유능하고 회복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며 "소피의 어린아이 같은 유쾌함과 억눌린 갈망, 그러면서도 진지한 무게감이 하예린에게 모두 있었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제작진은 하예린을 섭외한 후 원작의 '소피 베켓'이란 이름을 한국식 성을 반영한 '소피 백'으로 변경하고, 극 중 소피가 한국어에도 능통하다고 설명하는 대사를 추가하는 등 맞춤형 설정 변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커진 결과로 분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한국 콘텐츠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국'이란 키워드 자체가 이슈가 되는 상황"이라며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국제화되는 과정과 한국이 부상하는 시기가 맞아떨어지며, 한국계 배우를 내세우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일부 작품이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를 추구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브리저튼4'는 인종적 다양성을 수용하면서도 원작의 캐릭터를 훼손하지 않는 해법으로 극의 몰입을 해치지 않았다는 평을 받는다.

하 평론가는 "대중의 반발이 커지는 경우는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데도 인종적 다양성만을 이유로 캐릭터가 변경될 때"라며 "이번 캐스팅은 인종적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캐릭터와의 어울림을 중요하게 판단한 사례"라고 했다.

넷플릭스 '브리저튼4' 일부 넷플릭스 '브리저튼4'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동안 서구 배경의 고전적 이야기에 흑인, 인도인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녹여낸 '브리저튼'은 이번 시즌에서 한국적 색채까지 더하며 '다양성'의 보폭을 넓혔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이를 '소재의 확대' 측면에서 바라봤다.

그는 "창작자는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새로운 요소를 찾게 되는데, 현재 가장 힘이 있는 K-문화를 첨가해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도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공 평론가는 "지금 세계는 (인종과 문화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라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작품 안에서 그 인물의 정체성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있다"고 짚었다.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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