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기치로 부동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고 있으나, 시장의 흐름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강남·서초·용산 등 아파트의 경우, 매수 자금에서 주식 차익이 증여 규모를 추월했다. 금융시장에서 불린 돈이 다시 부동산 핵심지로 회귀하면서 자산 이동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 효과가 시험대에 올랐다.
◇강남권 자금 공식의 변화…증시 차익, 다시 부동산으로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핵심 지역의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증여·상속 자금을 크게 웃돌았다.
구체적으로 강남구의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6152억원으로 증여·상속 자산(5148억원)을 앞질렀다. 서초구 역시 주식 매각 자금이 4278억원을 기록하며 증여(3536억원) 규모를 넘어섰고, 용산구(1725억원)도 증여(1512억원)보다 주식 차익 비중이 높았다.
이는 지난해 증시 상승기에서 발생한 금융 수익 일부가 고가 아파트 매입 자금으로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른 자치구에서 여전히 증여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자산가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방식이 급변하고 있는 셈이다.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주식 등 금융자산 처분은 가장 현실적인 매수 대안이 됐다. 결국 부동산 자금을 산업 자본으로 돌리려던 정부 의도와 달리, 금융시장에서 형성된 부가 다시 ‘핵심지 부동산’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유도하더라도 모든 자본이 정책 의도대로 움직이기는 어렵다”며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사업 자금이나 금융자산을 활용해 주택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보유세 압박 vs 배당세 완화…자산가들의 ‘수익률 게임’
부동산과 금융을 둘러싼 세제 변화는 자산가들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당장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확대, 고배당주 세율 인하 등 세제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를 보유할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확정적 비용이 발생하며, 매도 시 양도세 부담도 피할 수 없다. 반면 주식은 배당 시에만 세금이 발생하고, 최근 주주환원 확대 기조에 따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송 대표는 “금융자산 세제 완화가 이어지면 일부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면서도 “실거주 수요나 갈아타기 수요는 세제 변화와 무관하게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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