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사카, 김근한 기자) 태극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일본인 투수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지켰다.
일본 독립리그 우완 고바야시 다쓰키가 9회말 한국 대표팀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펄로스와 공식 평가전에서 8-5로 승리했다. 김도영의 스리런 홈런이 터진 2회 6득점 빅이닝, 데인 더닝의 3이닝 무실점 호투가 돋보인 경기였다. 하지만, 경기 막판 리드를 지켜낸 주인공은 뜻밖에도 일본 독립리그 출신 이시이 고키와 고바야시였다.
WBC 공식 평가전은 각 팀 사정에 따라 남은 이닝을 소화할 예비 명단 투수 활용이 가능하다. 이날 한국은 투수 6명으로 9이닝을 모두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두 일본인 우완을 준비시켰다. 8회 2사 2루 위기에서 이시이가 헛스윙 삼진으로 급한 불을 껐고, 9회말에는 고바야시가 올라 150km/h 강속구를 앞세운 삼자범퇴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고바야시는 이날 한국 대표팀의 공식 세이브 투수가 됐다.
고바야시에게 연락이 온 건 불과 3~4일 전이었다. 오사카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한국 대표팀의 예비 명단 투수로 합류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는 일본 매체 '디 앤서(THE ANSWER)'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직접 접해본 적이 없어서, 그들이 어떻게 대해줄지 몰랐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오랜 시간 국제대회에서 치열하게 맞섰던 한일 관계라 어색하고 껄끄러운 분위기를 걱정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우려는 기우였다. 지난 2일 한신 타이거즈와 평가전을 앞둔 훈련부터 팀에 합류한 고바야시는 "생각 이상으로 밝고 친근하게 맞아줬다"고 말했다. 한국어는 거의 하지 못하지만 영어와 번역 애플리케이션으로 금세 거리를 좁혔다. 일본어가 가능한 선수들도 있어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사카 맛집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3일 경기 등판 중에는 더 특별한 경험을 했다. 3루 측 스탠드에서 한국 응원단이 "삼진 잡아라, 고바야시!"라고 외쳤다. 그는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더그아웃에서 한국 선수들이 한 공 한 공마다 박수를 보내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오자 주장 이정후를 비롯한 선수들이 웃으며 맞아줬다.
고바야시는 지벤와카야마고 출신으로 지난 2020년 히로시마 히로카프에 입단했지만 1군 등판은 2경기에 그쳤고, 올겨울 전력 외 방출 통보를 받았다. 지난 1월 시코쿠 아일랜드리그 플러스 도쿠시마와 계약해 NPB 마운드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는 "야구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커졌다. KBO리그를 포함해 다양한 야구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고바야시가 한국 야구에 관심을 보이겠다고 선언한 만큼 KBO리그 구단들이 아시아쿼터 불펜 자원으로 노릴 수 있을지 주목받을 전망이다.
가까이서 본 한국 야구의 수준도 높게 평가했다. 고바야시는 "한국 타자들의 스윙이 강하고, 한국 투수들도 대부분 150km/h에 가까운 공을 던진다. 수준이 높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국적을 넘어 같은 야구인으로서 교감한 시간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떠나 야구인으로서 정말 따뜻하게 대해줬다. 나도 더 높은 무대에서 다시 야구하고 싶다"는 말에는 진심이 담겼다. 고바야시는 이정후와 김혜성에게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두 선수 모두 거리낌 없이 고바야시에게 사인을 건넸다고 알려졌다.
경기 뒤 한국 대표팀 류지현 감독도 공개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류 감독은 "우리 대표팀 승리를 지켜준 고바야시와 이시이 선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경기는 이겨야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틀간의 짧은 동행이었지만, 고바야시에게도 한국 대표팀에게도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다. 일본인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린 삼자범퇴 세이브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사진=오사카, 김한준 기자 / 고바야시 개인 SNS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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