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 처음의 선언, 세계의 서막 #감독 엄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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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 처음의 선언, 세계의 서막 #감독 엄태화

마리끌레르 2026-03-04 09:00:00 신고

3줄요약

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감독

엄태화

장편영화 <가려진 시간>

<가려진 시간> 나의 첫 상업영화인 <가려진 시간>은 많은 사람이 상실의 아픔을 겪으며 위로가 절실했던 시기, 그 슬픔을 어루만지는 영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첫 작품이 남긴 것 안전한 길을 택하기보다는 관객에게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험을 주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다. <가려진 시간>은 대중적 흥행으로 직결되지는 못했지만, 영화가 건네는 조용한 위로를 알아봐주고 그 세계를 믿어준 관객들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창작자로서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기억이자 단단한 자산으로 남았다.

다시 바라보면 영화 속에서 주인공 ‘성민’(강동원)은 멈춰진 시간 속에서 ‘수린’(신은수)과 나누는 비밀 언어인 ‘윙크토끼’ 암호로 집을 채워간다. 홍학순 작가가 엄청난 디테일과 밀도로 완성한 이 작업은 촬영 세트를 넘어 그 자체로 예술 작품 같았다. 세트를 철거하는 날,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어 이 문짝 하나를 떼어 왔다. 그 덕분에 영화의 한 조각을 실재하는 물건으로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이 문을 볼 때마다 ‘관습을 답습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믿음을 되새긴다. 낯설고 새로운 시도라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진실하다면 관객은 기꺼이 그 세계를 받아들여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내가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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