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일반 가구는 저소득층 가구보다 복지 확대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 뚜렷하게 강했다. 이 같은 국민적 인식이 조사된 가운데, 일부 실증연구에서는 복지정책이 근로 의욕에 미치는 영향이 제도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 수행한 ‘2025년 제20차 한국복지패널’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를 늘리면 국민들의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43.8%로 가장 많았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37.1%,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19%였다.
특히 소득집단별로 보면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저소득 가구에서는 ‘복지 확대가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응답이 27.9%였던 반면 일반 가구에서는 44.6%로 높게 집계됐다. 같은 문항에서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저소득 가구 39.8%, 일반 가구 36.8%였다. 복지 확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정작 경제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큰 집단에서 더 강하게 형성된 셈이다.
이는 복지 논쟁에서 흔히 등장하는 ‘도덕적 해이’ 인식이 수급 가능성이 높은 집단보다 수급 가능성이 낮은 집단에서 더 크게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복지 확대의 경제·사회적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재정 논의 이상으로, 복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간극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학계의 실증연구는 이 문제를 보다 복합적으로 다룬다. 2014년 근로장려세제(EITC)를 분석한 국내 연구(염경윤·전병욱)에서는 전체 표본에서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수급 가능성이 높은 집단에서는 노동공급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결과가 보고됐다. 근로소득과 연계해 지원하는 방식이 일을 할수록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 노동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022년 발표된 ‘보육료지원 확대의 여성 노동공급 효과 분석’(이지완)에서는 보육료 지원 확대가 영유아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유의하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비용을 완화하는 복지정책이 오히려 취업 제약을 줄여 노동공급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서는 성장을 중시한다는 응답이 56.6%, 분배를 중시한다는 응답이 40.4%로 나타났다. 저소득과 일반 가구 모두 성장 우위였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조세 이슈에서는 ‘확신 없는 여론’이 두드러졌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가장 큰 비중은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44.73%)였다. 감세에 대한 찬반이 갈리는 와중 응답자 다수가 판단을 유보하거나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는 양상이다.
복지 확대에 대한 ‘근로의욕’ 논쟁 소득별 격차, 감세 이슈의 중립 다수는 결국 정책 논쟁이 찬반으로 정리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인식 격차가 제도 설계만으로 풀리기 어렵다면 복지와 경제정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불확실한 관점까지 함께 다루는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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