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며 뉴욕증시가 급락 출발한 뒤 하락 마감했다. 장중 한때 주요 지수가 2%대 중반까지 밀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를 포함한 에너지 수송로 보호 구상을 밝히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3.51포인트(0.83%) 떨어진 4만8,501.2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4.99포인트(0.94%) 내린 6,816.6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32.17포인트(1.02%) 하락한 2만2,516.691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에 대한 이란의 반격으로 중동 정세가 장기전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특히 이란 군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 세계 원유 수송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장중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5%, 2.7%까지 떨어졌다. 다우지수도 2.6% 하락하며 패닉성 매도가 이어졌다.
캐럴 슐라이프 BMO 프라이빗 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그동안 시장을 짓누르던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에 이란 사태가 겹쳤다”며 “갑자기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요인들이 늘었고, 이런 지정학적 충격이 불거지면 장기적인 전망이 훨씬 더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오후 들어 낙폭은 눈에 띄게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를 통해 미국이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를 직접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은 전 세계로의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송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중동 원유 수송 차질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공포가 다소 누그러졌다.
유가는 중동 긴장 고조 속에 3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이어갔다.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81.4달러에 마감해 전장보다 3.66달러(4.71%) 뛰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도 3.33달러(4.67%) 오른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둘러싼 불안이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을 빠르게 얹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로 직결되며 채권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률은 오름세를 보이다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오후 들어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056%에 마감했다. 단기적으로는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안전자산 선호와 미 국채 금리 상승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갔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9.05로 전장보다 0.68% 올랐다. 이란 공습 이후 달러 인덱스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여전히 ‘최후의 피난처’로 선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은 달러 강세에 발목이 잡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5,107.7달러로 전장 대비 3.85% 하락했다. 통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때 금값이 오르지만, 이번에는 달러 강세와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이 금 가격을 짓누른 모양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중동 분쟁 심화에 따라 금 가격에 반영되는 위험 프리미엄이 최대 10%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향후 변동성 확대를 경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의 향방과 미국 정부의 군사·외교적 대응이 당분간 글로벌 자산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추가로 고조될 경우 유가와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이 다시 요동치며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반대로 미국과 이란 간 직접 충돌 가능성이 낮아지고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된다면, 이날 장 막판과 같은 ‘되돌림’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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