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하지현 기자 | [편집자주] 고물가·고환율 기조와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유통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6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로,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뚜렷한 업황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과 자구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이커머스, 멤버십·AI 경쟁 격화
외형 성장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커머스업계는 충성 고객 확보와 기술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품 구성과 입점 셀러가 플랫폼 간 상당 부분 겹치고, 가격 경쟁력 역시 상향 평준화되면서 단순 물량·가격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각 사는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멤버십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단발성 유입보다 재방문과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G마켓은 이르면 1분기 중 새 멤버십을 출시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방향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와의 연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SSG닷컴은 적립과 OTT(동영상 스트리밍) 혜택을 결합한 유료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선보이며 장보기 고객 락인에 집중하고 있다.
11번가는 구독료 없이 쇼핑 혜택을 제공하는 ‘무료 멤버십’ 전략으로 고객 유입 확대에 나섰다.
기술 경쟁 역시 병행되고 있다. AI 기반 추천·검색 고도화를 통해 탐색 효율과 추천 정확도를 높이고, 구매 전환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가격 경쟁을 넘어 플랫폼 신뢰도와 보안 역량까지 경쟁 요소로 부상하면서 관련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결국 멤버십과 AI 경쟁은 외형 확장이 어려운 국면에서 ‘반복 이용’과 ‘전환율’이라는 질적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홈쇼핑, 모바일 전환 가속
TV 시청 가구 감소와 시청 시간 축소로 소비자 이용 행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홈쇼핑 업계 역시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홈쇼핑업계에선 TV 중심 구조를 유지하되 모바일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두 채널 간 시너지를 확대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단순 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상품과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결합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시도다. 스타·셀럽·아티스트의 팬덤과 신뢰도를 활용해 초기 주목도와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방송 한두 차례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신상품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목적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방송 제작 등 제작 효율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모바일 채널 확대가 곧바로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출 확대를 위한 광고 집행과 각종 마케팅 비용이 수반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트래픽 확보 비용이 상승하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이처럼 유통 환경 변화 속에서 업계는 TV와 모바일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고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를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뚜렷한 업황 반등 계기가 부재한 가운데 올해 실적은 전년과 유사한 흐름이 예상되며, 자체적인 체질 개선과 효율화 전략이 지속될 전망이다.
◆ 컬리·오아시스, IPO 재도전 채비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사업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2023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희망 공모가는 3만500원~3만9500원이었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2만 원대 수준을 제시하며 눈높이 차를 보였다. 컬리 역시 202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해 같은 해 8월 통과했으나,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시장 환경이 위축되면서 2023년 IPO를 연기했다. 당시 컬리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실적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7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고, 영업이익 61억 원을 기록했다. 오아시스마켓은 3분기 매출 1453억 원으로 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6억7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외형 성장세는 이어가고 있으나, 수익성 관리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IPO 추진을 위해서는 흑자 기조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사업 다각화와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컬리는 뷰티 카테고리 강화와 ‘컬리USA’ 등 신사업 확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AI 기반 무인매장 확대를 추진하며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는 전략을 병행 중이다.
다만 온라인 신선식품 사업 특성상 물류비와 원가 변동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여부를 둘러싼 법안 개정 논의도 변수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경쟁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시장 환경 변화가 상장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