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일(현지 시간) The New York Times(NYT)에 따르면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주요 아시아 국가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 특히 Strait of Hormuz 봉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로, 상당 물량이 아시아로 향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중국과의 석유·가스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해협을 전면 봉쇄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실제 봉쇄가 이뤄질 경우 세계 경제에 재앙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일부 유조선은 우회 항로를 선택하고 있으며, 운송 보험료 상승과 항만 적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NYT는 한국과 일본이 중동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고 자체 에너지 생산이 제한적이어서 더욱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일본은 석유의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한다. 양국은 장기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전략 비축유 방출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210일 이상 소비를 충당할 수 있는 비축유를, 일본은 민간과 정부 보유분을 합쳐 254일분의 비축량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석유 공급이 유지되더라도 유가 급등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은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에너지 수입에 지출하고 있어 무역수지 악화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본은 장기간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높은 국가 부채 수준까지 겹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대만 역시 에너지의 96%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석유의 약 60%, 천연가스의 약 3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반도체 제조업의 핵심 거점인 대만에서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 당국은 장기 비상 전력 계획을 가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며, 약 120일분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 비축량은 약 11일분에 불과하다.
중국 경제 역시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조사기관 케플러에 따르면 중국은 해상 원유 수입의 절반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며, 그중 약 25% 이상이 이란산이다. 이란산 공급이 줄어들 경우 중국은 다른 공급처에서 더 비싼 가격에 원유를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은 약 115일간 버틸 수 있는 원유를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주요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부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태양광과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도 완충 요인으로 평가된다.
NYT는 미국의 예측 불가한 관세 정책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했던 아시아 경제가 중동 전쟁이라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다며, 원유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각국 정부의 경제 운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