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가린 황사처럼 3월이 왔다. 설 지나 경칩이 눈앞이다. 갑자기 닥친 봄이 조금은 불안하다. 어릴 적 불렀던 ‘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라는 새해의 노래처럼 아직 준비되지 않은 긴장감 때문이다. 봄비마저 우수에 깃든다.
삼일절 주일예배엔 담임목사가 애국가 제창을 구하셨다. 교회의 애국가가 조금 어색도 했지만 기독교는 3·1운동 등 국가의 위기에 늘 앞장서 왔다. 고명진 목사가 애국가의 영역(英譯)이 ‘National anthem’이라며 이는 국가이자 찬송가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삼일절 노래의 작곡가 박태현을 교회와 연관 짓다가 산바람 강바람도 작곡하신 분이라며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하고 노래까지 부르셨다. 성서를 깊이 말씀하시다가 메디치가와 미켈란젤로로 옮겨 가기도 하는 목사님의 설교는 한편의 맑은 인문학 같다. 불교로 치면 아직 깨달음을 받지 못한 중생이지만 나는 목사님의 설교가 은혜로운 휴식 같아 주일예배는 빠지지 않는다.
오늘 수강생들과 명봉역이라는 전남 보성의 간이역을 그려봤다. 모든 게 직선적인 속도의 시대에 간이역이라는 느린 곡선을 그려보는 건 그 자체만으로 마음산책이다. 간이역은 소박한 옛 추억과 향수가 코스모스처럼 묻어 있다. 앞만 치닫는 종적 삶보다 옆도 보며 가는 횡적 삶을 지녀야겠다. 이런 시처럼. ‘내려올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 본/그 꽃.’ –고은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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