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하준·박민영 주연, 일본드라마 <얼음의 세계> 원작의 보험 사기 미스터리 멜로. 얼음의>
- <내남편과 결혼해줘> 이후 복귀한 박민영, 식단 관리와 체중 감량으로 빚어낸 고독한 경매사 변신. 내남편과>
- 위하준·박민영·김정현, 로맨스보다 치열한 심리전과 사건 중심의 압도적 케미스트리.
- <악의 꽃> 김철규 감독이 구현한 미술 경매장의 화려함과 서늘한 미장센. 악의>
원작은 보험 러브 미스터리
보험 사기를 파헤치는 남자와 보험사기 용의자로 의심되는 여자의 이야기다. / 출처: tvN
〈세이렌〉의 뼈대는 1999년 후지TV 드라마 〈얼음의 세계(氷の世界)〉에서 왔다. 보험 조사원 남자와, 그의 주변에서 보험금과 얽힌 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여자를 앞세운 러브 미스터리다. tvN 〈세이렌〉은 이 구도를 더 직접적으로 밀어붙인다. 보험 사기를 파헤치는 남자와 보험사기 용의자로 의심되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첫 화의 핵심은 로맨스가 아니라 사건이다. 살짝 설명을 보태자면, 차우석(위하준)은 보험 사기 조사관이다. 그는 제보 전화 한 통을 받고 약속 장소인 국내 최대 아트 경매회사 ‘로얄옥션’으로 향한다. 그런데 우석이 제보자를 만나기도 전에, 옥상에서 사람이 떨어진다. VIP 경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진행되고, 현장은 봉인된다. 그리고 우석의 시선은 수석 경매사 한설아(박민영)에게 꽂힌다. 드라마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문을 열고, 그 의심이 관계로 번지며 로맨스의 방향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박민영의 변곡점
'한설아'는 지금까지 박민영이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다른 느낌의 인물이다. / 출처: tvN
박민영이 연기하는 한설아는 멀쩡히 서 있기만 해도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완벽한 프로, 안으로는 지독한 외로움과 공허함을 앓는 사람. 문제는 그 외로움이 화면 밖으로도 튀어나왔다는 점이다. 제작발표회에서 박민영은 “한설아는 집에 물과 술밖에 없더라”고 말하며, 몰입을 위해 하루에 물 3리터를 마셨다고 했다. 캐릭터가 극 중에서 밥을 잘 못 먹고, 비극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라면, 몸도 그 빈속의 온도로 맞추겠다는 선택이었다. 익숙한 로맨스의 리듬으로 사랑받아온 배우가, 이번엔 아예 출발점을 바꾼다. 설아는 사랑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먼저 의심받는 주인공이다. 그 변화가 〈세이렌〉의 긴장을 만든다.
자석과 사슬 같은 삼자 심리전
이들의 케미는 설렘보다 긴장과 스릴러에 더 가깝다. / 출처: tvN
위하준은 멜로와 장르를 오가며 이번엔 집념의 조사관으로 변신했다. / 출처: tvN
이 드라마의 케미는 누가 더 설레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무너지냐에 가깝다. 박민영(한설아)이 표정을 덜어내고, 위하준(차우석)은 질문을 쌓고, 김정현(백준범)은 침묵으로 빈칸을 만든다. 셋이 한 프레임에 모이면, 삼각관계가 아니라 삼자 거래처럼 보인다. 경매장에서는 가격이 오르고, 조사실에서는 의심이 오르고, 사람 사이에서는 감정이 오르기 전에 증거가 먼저 오른다. 캐스팅의 재미는 각자의 익숙한 이미지를 살짝 비껴간다는 데 있다. 박민영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 흥행 이후 복귀작으로 큰 주목을 받고, 위하준은 멜로와 장르를 오가며 이번엔 집념의 조사관으로 직진한다. 김정현은 〈사랑의 불시착〉으로 각인된 결을 가져오되, 여기서는 호감형 로맨스가 아니라 판을 흔드는 변수로 선다. 결국 케미의 진짜 폭발은 키스신이 아니라,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듣고도 믿지 않는 순간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를 다룬 영화들
이 드라마가 경매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작품의 진위보다 그 공간이 만드는 위계와 시선, 관계의 가격표에 달려있다. / 출처: tvN
미술 경매를 다룬 작품은 이미 많다. 2013년 영화 〈베스트 오퍼〉는 경매사와 감정가의 세계를 심리 스릴러로 끌고 가고, 한국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복원과 복제, 밀반입과 암투가 뒤엉킨 미술계 사기극을 전면에 내세운다. 2019년 영화 〈벨벳 버즈소〉는 현대미술 시장의 탐욕을 호러와 풍자로 비튼다. 그런데 〈세이렌〉의 경매장은 결이 다르다. 여기서 그림은 목표물이 아니라 장치다. 이 드라마가 찍는 건 작품의 진위보다, 그 공간이 만드는 위계와 시선, 관계의 가격표다. 보험 조사관이 경매장으로 들어오면서, 로맨스는 감정이 아니라 사건의 형태로 붙는다. 우아한 분위기에서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은 김철규 감독의 장기다. 〈악의 꽃〉 〈셀러브리티〉 등에서 세련된 그림을 쌓아온 연출자가 이번엔 경매장의 광택과 조사실의 냉기를 한 화면에 얹는다. 화려한 공간이 더 화려해질수록, 인물의 표정은 더 건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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