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이스라엘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 배경에는 장기간 축적된 사이버·정보전 역량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통카메라 해킹, 이동통신 기지국 교란, 알고리즘 기반 데이터 분석 등 정교한 디지털 감시 체계가 작전의 핵심 기반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수년 전부터 이란 수도 테헤란 전역에 설치된 교통카메라를 해킹해 영상을 확보해 왔다. 일부 카메라 영상은 암호화돼 이스라엘 서버로 전송, 이를 통해 고위 인사들의 이동 경로와 회의 일정, 집무실 출입 상황 등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했다.
하메네이 집무실 인근 카메라는 경호실 직원들의 개인 차량을 추적하는 데 활용됐다. 경호원들의 주소, 근무 시간, 출퇴근 동선 등 생활 패턴 데이터가 장기간 축적되면서 하메네이의 위치를 정밀하게 특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암살 직전에는 집무실 인근 12개 이동통신 기지국도 교란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 인력이 외부로부터 경고 전화를 받지 못하도록 통화 신호를 차단하거나 ‘통화 중’ 상태로 표시되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물리적 타격 이전에 통신망을 무력화하는 전형적인 사이버·전자전 수법이 병행된 셈이다.
정보 수집과 분석에는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 유닛 8200(Unit 8200)과 정보기관 모사드가 동원됐다.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의사결정 중심과 핵심 표적을 식별했다. 과거에는 오인 정보를 걸러내고 시각적 확인을 거치는 수작업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알고리즘 기반 자동화 분석이 이를 대체하며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이스라엘 정보 관계자는 FT에 “우리는 테헤란을 예루살렘만큼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표적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휘체계를 통해 두 명의 고위 장교가 위치 정보를 교차 확인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미국 역시 인적 정보망(HUMINT)을 통해 하메네이의 동선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카메라 확산과 인공지능(AI) 기술의 결합으로 지도자의 실시간 위치 파악 능력이 혁신적으로 향상됐다”고 전했다.
이번 작전의 토대가 된 대(對)이란 정보전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모사드에 이란을 최우선 목표로 지시한 이후,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과학자 제거 등 표적 작전이 이어져 왔다. 장기간 축적된 인적·기술적 정보망이 이번 제거 작전의 기반이 됐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디지털 감시 인프라와 사이버 역량이 결합될 경우 개별 지도자 단위의 정밀 타격이 가능해졌음을 보여준다고 관측했다. 통신·교통 등 민간 인프라가 정보전의 핵심 자산으로 전환되면서, 국가 간 충돌이 물리적 전장을 넘어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전 능력 고도화가 외교·군사적 선택지를 넓히는 동시에, 보안 취약 인프라를 둘러싼 새로운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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