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마사지 끝…보험사 ‘계리 가정’에 금감원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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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마사지 끝…보험사 ‘계리 가정’에 금감원 칼날

투데이신문 2026-03-03 17:08: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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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사의 실적을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숫자’가 본격적인 제도권 감독 무대에 올랐다. 그간 보험사 내부의 기술적 판단 영역으로 남았던 계리가정이 이제는 회계 신뢰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잣대가 된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신설한 계리감리 전담 조직을 필두로 상반기 중 보험사 계리 가정 적용 실태에 대한 고강도 정기감리에 착수한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수치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불거진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해소하고 시장 규율을 확립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2분기부터는 보험부채 산출에 사용한 주요 가정의 근거를 담은 ‘계리가정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해 계리 업무의 전 과정을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이다.

3단계 그물망 가동…‘상시 감시’부터 ‘엄중 제재’까지

금감원은 이번 감리를 일회성 점검이 아닌 촘촘한 ‘3단계 입체적 감리 체계’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1단계로 분기별 보고서를 통해 부정 위험을 실시간 식별하는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2단계는 이원화 감리로, 자산 규모에 따른 정기점검과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투입되는 수시감리를 병행한다. 특히 검사국과 합동반을 구성해 현장에서 현금흐름 모델링이 약관과 일치하는지 직접 검증하는 정밀 타격에 나선다.

마지막 3단계는 강력한 사후 조치다. 단순 오류는 개선 권고에 그치지만, 고의적인 숫자 조작이 적발될 경우 기관 경고는 물론 임직원에 대한 인적 제재까지 검토한다.

금감원은 ▲낙관적 해지율 ▲손해율 산출 방식 ▲사업비 배분 ▲현금흐름 모델링 등 ‘4대 핵심 점검 리스트’를 통해 보험사의 실적 왜곡 시도를 원천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성 앞세운 ‘고무줄 실적’…IFRS17의 그늘

계리 논란의 발단은 2023년 IFRS17 도입과 궤를 같이한다.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이 시스템하에서는 손해율이나 해지율 가정을 1%포인트만 조정해도 장부상 이익이 수천억원씩 널뛴다.

이러한 자율성이 결과적으로 보험사 간 실적 비교를 어렵게 만들고 회계 데이터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사례를 보면 문제는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해 보험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 당시, 일부 보험사는 보너스 지급 시점의 해지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해 단기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정사의 경우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등을 낙관적으로 가정했다가 당국의 ‘원칙 모형’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자 2025년 순이익이 91% 급감하는 등 계리 가정의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낙관’ vs ‘보수’ 충돌…실적 관리의 두 얼굴

업계 내부에서도 실적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목소리가 높았다. 한 대형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발표 자리에서 “경쟁사들이 예상 손해율을 자의적으로 낮게 설정해 이익을 선반영하고 있다”며 계리 정합성이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험사가 낙관적 전망에만 매몰돼 있다는 경고였다.

다만 일부 보험사가 고수해온 ‘보수적 가정’도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금감원이 낙관적 편향뿐만 아니라 ‘과도한 보수주의’ 또한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금감원은 이번 감리를 통해 단순히 이익을 줄이는 쪽이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배제하기로 했다. 

지나친 보수주의의 경우 이익을 임의로 넘기는 ‘이익 조정’으로 변질될 수 있고, 보험료 산정 과정에서 선량한 보험계약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정 성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에 근거한 가장 객관적인 숫자를 도출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보험사가 각자의 포트폴리오에 맞는 최적의 가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감독 강화가 자칫 경영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리 가정은 각 사의 오랜 통계와 경험이 집약된 자산”이라며 “감독당국의 점검이 개별 보험사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인 잣대로 흐를 경우, 정교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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