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오버리 신간 '전쟁 충동'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지난 며칠 사이 지구촌엔 또 하나의 전장(戰場)이 생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과 군 기지 등에 대규모 공습을 펼치면서 중동이 포화에 휩싸였다.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가자지구 분쟁, 수단 내전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유혈사태는 "인간의 폭력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스티븐 핑커 미 하버드대 교수의 낙관론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의 책 '전쟁 충동'(아르테)은 왜 지구촌엔 전쟁이 끊이지 않는지, 인간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지 답을 찾기 위한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주로 연구해온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만 년 인류 역사와 지난 수천 년의 전쟁으로 시야를 넓히고, 생물학, 심리학, 인류학, 생태학의 전쟁 연구를 망라한다.
'왜 전쟁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사실 아주 오래된 질문이다.
20세기의 두 지적 거장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1932년 '인류를 전쟁의 위협에서 구할 방법이 있는가'라는 주제로 서신을 교환했고, 그 결과물은 이 책의 원제와 같은 '와이 워'(Why War)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당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전형적이고 가장 잔인하며 터무니없는 충돌 형태"를 해명해 달라는 아인슈타인에게 프로이트는 폭력이 인간을 포함한 전체 동물계의 특징이며, '죽음충동'(Todestrieb)에서 비롯된 싸우고 파괴하려는 충동을 억제할 효과적인 방법은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답이 전쟁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을 확충하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며, 미국 발달심리학자 조이스 베넨슨 등이 제시한 '남성 전사 가설'에 주목했다.
베넨슨은 4∼9세 어린이 200명을 조사한 결과 장난감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여자아이들과 달리 남자아이들 대부분 적을 공격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적이라는 개념으로 규정된 외집단을 상대로 협력 집단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한 심리가 "효율적인 협력적 전사로서 남성"을 만들어 냈다고 결론지었다.
그런가 하면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미국 학자 마거릿 미드는 "전쟁은 인간 사회 대부분에 알려진 발명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자는 신석기 시대 상시적인 폭력에 대한 수많은 증거 등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전쟁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야 여러 연구들은 지금까지 일치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전쟁이 인류 진화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은 피할 수도 없고 줄어들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 오버리의 냉철한 지적이다.
책 전반부에서는 전쟁의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데 주목했다면, 후반부에선 평화를 깨고 전쟁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요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자원, 신념, 권력, 안보 네 가지를 '충돌의 추동력'으로 제시하고 이들이 촉발한 전쟁의 역사를 되짚으며 21세기 전쟁의 특징적인 양상도 살펴본다.
이재황 옮김. 4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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